고등학교 졸업식 또는 첫 출근을 앞두고 양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던 설렘. 비싼 가격 때문에 ‘단벌신사’로 애지중지하며 멋을 내던 그때. 많은 중년 남성들의 가슴 한 켠에는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캐주얼 양복이 보편화 됐지만 그 때의 그 설렘을 되살리며 맞춤 양복의 명맥을 이어오는 이가 있다.

33년 맞춤정장 외길 인생 다빈치 ‘수트맨’ 이정수 디자이너. 농구 선수였던 그는 191cm의 큰 키 때문에 맞춤정장과 인연을 맺었다. 맞춤정장의 매력에 빠져 결국 신분까지 바꾸며 30여년간 2만여명에게 옷을 입히는 장인이 됐다.

“남자의 자존심은 ‘수트핏’이고 수트는 ‘피부’”라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 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이 디자이너는 형편이 어려운 예비 신랑의 예복을 무료로 맞춰주고, 맞춤양복의 가격을 낮추는 등 꿈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지난 2일 다빈치 매장에서 그를 만나는 동안 “남성 수트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그 깊이가 끝이 없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옷은 피부고 명함이다”

인천 서구 연희동에 자리하고 있는 ‘남성정장 맞춤전문 다빈치 옴므’의 이정수 디자이너는 맞춤복 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안입는 것보다 입은 것이 편안한 수트”를 강조한다.

1984년 시작해 33년 동안 한달 평균 50벌씩 총 1만9천800여벌을 제작한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감각적인 남자로 정의된다. ‘다빈치 수트맨’ 이정수 디자이너는 완벽한 품질과 고객 만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수트를 입는 사람의 품격을 높여주는 그만의 스타일링은 그를 성공한 남자로 만들었다.

그는 원단 선택에서부터 그만의 다양한 노하우를 접목시킨다. 고객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헤어, 직업, 라이프스타일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한 후 고객에게 제안한다. 이 디자이너는 “안입는 것보다 입은 것이 편안한 수트를 위해 고객과 함께 만들어야한다”며 “남성의 마음속에 감춰진 본질적 환상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대충이란 없다”고 단언했다.

맞춤정장의 꽃은 ‘체촌’

정장으로 스타일을 낼 때는 자기 몸에 맞는 수트를 입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따라 명품 수트 스타일이 될 수도 있고 후줄근한 스타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팔이 길거나 짧거나, 긴 상체, 넓은 어깨 등 각양각색인 사람들의 신체는 공장에서 제작되는 평균 수치의 기성복으로 명품 스타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맞춤정장을 입었던 고객들은 그 편안함과 스타일에 다시 문을 두드린다.

맞춤정장은 원단선택 - 체촌 – 패턴제작과 재단 – 가봉 – 가봉수정 – 봉제와 손바느질 – 2차가봉 – 부자재 장착 및 마무리 순으로 진행된다.

이정수 디자이너는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절차로 수치를 재는 체촌을 꼽는다. 그는 “각각의 고객에 맞는 가장 멋있는 스타일의 수트가 제작되는 중요한 단계가 체촌”이라며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노하우가 더해져 몸에 감기는 최고의 명품 수트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맞춤인생’ 2막, 여전히 진행형

이 디자이너의 맞춤복이 좋아 찾는 많은 고객 가운데 미남 배구스타였던 김상우 우리카드 위비 프로배구단 감독이 있다. 김상우 감독도 큰 키때문에 맞춤정장을 입으면서 이 디자이너와 수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단골 고객들을 뒤로 하고 올해 초 이 디자이너는 와이프의 성화에 못이겨 전라남도 해남으로 귀촌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고객과 수트가 떠나지 않았고, 결국 6개월만에 돌아와 현재의 청라 다빈치에서 ‘맞춤인생’ 2막을 시작했다.

고객에게 맞춤수트를 입혀주는 업(?)을 다시 찾게 된 그는 “여건이 되는 한 맞춤정장을 만들 것”이라며 행복이 가득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컴백한 다빈치 ‘수트맨’은 맞춤정장을 배우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맞춤복을 무료제공하면서 ‘맞춤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양복을 입으면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몸가짐을 해야한다”는 기본을 실천하며 남성 수트의 깊이를 알기 위해 나아가는 그의 당당한 2막이 기대된다.

◇올바른 정장 스타일은...

올바른 정장 스타일은 무엇일까.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말하는 기본적인 스타일이 있다. 바지는 밑단 통이 20cm를 넘지 않고, 끝단이 구두 위에서 접히지 않고 발목이 살짝 보이는 것이 좋다. 상의를 입었을 때는 셔츠의 목 부위가 1~2cm 정도, 팔 부분은 셔츠 소매가 2cm 가량 보여야 한다. 또 수트의 생명은 어깨선이기 때문에 어깨가 딱 맞아야 한다. 상의의 길이는 입었을 때 힙을 반 이상 덮어야 하며, 단추를 잠궜을 때 등에 주름 없이 앞 단추 옆으로 약간의 가로줄이 나타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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