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현 온누리병원 외과과장

매서운 추위가 기승이다. 우리 몸은 기온이 낮아지는 계절이 오면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혈관질환의 발생빈도도 높아진다.

차마 입 밖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치질’과 울퉁불퉁 보기 싫은 ‘하지정맥류’도 대표적인 혈관질환 중 하나다.

‘치질도 계절을 탄다?’ 겨울철 급증하는 치질의 원인은?

우리나라 국민 절반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 겪는다는 흔한 질환인 치질은 겨울철에 급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액의 온도가 낮아지고 피부와 근육이 수축되면서 모세혈관을 압박하게 된다.

그 결과 혈액의 농도가 진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치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연말연시에는 유난히 술자리가 많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약해지는데, 과도하게 늘어난 정맥에 혈전이 생기게 되고 혈전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면서 치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질이 이미 있는 경우 술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동안 치핵의 모세혈관과 간과의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항문 주변 혈압이 높아지고, 혈관이 확장되면 출혈이 생기게 된다.

치질이란 구체적으로 항문과 그 주변에 생기는 질환으로, 덩어리가 생기는 치핵, 항문 내벽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위 조직에 고름이 차는 치루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치질은 음주, 변비 및 설사, 잘못된 식습관이나 배변 습관 등으로 인해 항문 내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져 발병한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배변습관의 개선, 충분한 수분 및 섬유질의 섭취, 좌욕, 투약 등으로 개선될 수 있으나 증상과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경화제주사요법, 고무링결찰술, 치핵절제술 등의 전문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겨울철 항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생활과 배변습관을 유지하고 날씨가 춥더라도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자리에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며 연말연시를 맞아 과도한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 속 치질 예방법으로는 ▲화장실은 5분만(배변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10분 이상 변기에 앉아 있으면 항문 주위에 피가 오랫동안 몰리면서 증세를 악화시킨다) ▲아침 물 한잔(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 ▲매일 목욕한다(매일 따뜻한 탕에 들어가면 항문의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청결하게 되므로 최고의 예방법이 된다. 항문이 지저분하면 가렵거나 불쾌해지며 이로 인해 항문주위염, 항문소양증 등 항문병이 생기기 쉽다.) ▲배변 후에는 따뜻한 물로(휴지로 닦는 것 보다는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3~5분간 좌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술이나 매운음식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증상을 악화시킨다) 등이다.

‘파란 거미줄’ 하지정맥류, 겨울철 수술이 적기

부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올해는 아찔한 다리 라인을 강조하는 ‘싸이하이(thigh-high,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부츠’가 또다시 열풍이다. 겨울철 여성들의 다리 라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패션아이템인 레깅스와 부츠, 스키니진은 하체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하지정맥류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핏줄이 파랗게 비치고 심하면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르는 질환으로 정맥 판막이 손상돼 다리의 피가 핏줄에 고일 때 발생한다.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은 외형적인 특징 외에 다리가 무겁거나 저리고, 욱신욱신 쑤시거나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극심한 통증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맥류는 한 번 발생하면 계속 진행되는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혈전증이 생기거나 다리에 궤양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인 경우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혈관경화요법, 가는 레이저도관을 정맥 내에 삽입하는 레이저 치료, 경우에 따라 최적의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는 혈관제거술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이미 하지정맥류가 생겼다면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정맥이 늘어나 있는 상태인 정맥류 환자들은 그 어떤 생활요법으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철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타이트한 옷이나 신발의 착용을 피한다.

또한 취침 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도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오상현 외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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