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인채 시인

비로소 스물한 살이 해방된 거래/나는 오빠만 믿다가 눈도 코도 없는 아침을 낳고 마침내 여자가 되었지/그날, 광복절 태극기가 온종일 나부꼈대나 어쨌대나
-‘거북이의 처세술’  중 ‘광복절 아침’

사춘기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과 성에 대한 첫 경험, 시집살이, 큰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풀어낸 시집 ‘거북이의 처세술’ 저자 류인채 시인을 만났다.

지난 12월 출간된 류인채 시인의 ‘거북이의 처세술’에서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추억하고 후회하며 적나라하게 써내려갔다. 그녀의 시를 읽다보면 어느 틈엔가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등 저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손지은 경주대 교수는 “가볍지 않은 감각과 유머와 여유, 기지와 해학들이 어우러지면서 대상을 넓게 품어 안으려는 의지가 느껴진다”며 “에로티시즘과 결합된 관계적 사유, 생태철학 같은 것으로 새로운 서정이라 부를 만한 독자적인 시정(詩情)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인채 시인은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에 인천으로 이사왔다. 당시 살았던 곳이 현재 애관극장 뒤였고, 그때를 회상한 시가 ‘애관극장 그 골목집’이다. 그녀는 “뜨개질을 하고 성당 종소리를 듣고, 주인집 아들을 훔쳐보는 등 당시의 사춘기 소녀 감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류 시인은 자신의 은밀한 경험인 21살의 첫 경험도 ‘광복절 아침’이라는 시에 재미있게 담았다. 그녀는 “광복절 전날인 14일 한 오빠의 꼬임에 빠져 처음으로 술을 먹었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다음날인 광복절에 진정한 여성으로 해방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 오빠와 3년 연예 끝에 결혼해 현재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묻자 시집 제목과 같은 ‘거북이의 처세술’을 꼽았다. 그녀는 “소시민으로서 나의 처세술이다. 거북이는 물에서도, 땅에서도 살며 누구를 해코지 하지 않는다”라며 “등껍질로 무서우니까 숨는데 이것이 무기다. 이처럼 위험한 세상에 살면서도 할 것은 다한다. 이것이 인생살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돌아가신지 5년이 됐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강했다. 투병중이시던 아버지를 박사 논문 준비 때문에 소홀히 했던 과거, 생계를 위해 고등어를 팔면서 비린내 때문에 멀리하신 아버지, 바쁘다는 이유로 점심식사도 아버지와 오래 못했던 아쉬움 등 류 시인은 그것들을 가슴저리게 시에 담았다.

“내가 아버지의 분신, 아버지가 나의 분신, 아직도 그렇다”는 그녀다.

▲류인채 시인은...

1961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류 시인은 1998년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후 2014년 시집 ‘소리의 거처’로 제26회 인천문학상, 제5회 ‘문학청춘’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2016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시집 ‘둥근 혀를 출간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에서 시문학론을, 성결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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