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얼마 전 매립 여부에 긴장감이 감도는 북성포구를 다녀왔다. ‘중구 북성포구 발전위원회’와 ‘동구 만석포구 개발 추진위원회’ 일동 명의로 걸린 펼침막은 “주민의 숙원인 북성포구 매립사업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즉각 떠나라!!”고 결의하고 있었다.

물량장에 가설한 어판장 천막에 붙은 정부기관의 계고장은 철거를 명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촬영하노라니 상인이 다가와 “왜 왔느냐?” 묻는다.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왔느냐고 재차 묻는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매립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한 사람이라 했더니 “왜 어민들의 숙원사업을 반대하느냐?” 다시 묻는다.

북성포구를 이용하는 어선이 잡아온 생선을 판매할 공간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고, 겨우 천막을 설치했더니 철거라라는 계고장이나 설치하는 정부에 분노하는 어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주차장은 물론이고 이용할 화장실도 없다. 어선은 어망을 펼쳐놓고 수선할 장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를 위한 매립을 원하는데 왜 반대하는가를 따진다.

인천 토박이를 자처하면서 북성포구는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갔다. 아마 어려서 어머니 손잡고 간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웃 월미도는 숱하게 다녀오건만. 대성목재를 비롯한 목재 가공회사에 바다가 가로막힌 북성포구는 갯고랑을 남긴 갯벌을 간직하며 인천의 고즈넉한 내음을 남기는 까닭에 그 풍광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300만을 넘긴 인천시민 중 몇이나 북성포구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

매립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처사에 반감을 가진 어민들은 전기도 없이 해산물을 팔아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는데, 갯벌매립이 지울 인천다움에 문제의식은 분명하지 않았다. 수십 년 째 북성포구를 지키면서 소래포구에 비해 낙후된 현실, 이용객의 발길이 점점 드물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매립과 개발로 북적이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많은 이들이 인천의 오랜 특징인 갯벌의 고즈넉한 풍경을 친지와 즐기며 저녁을 먹고 해산물을 구입한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으려 했다.

매립하면 뱃길을 안전하게 이어주는 갯고랑이 훼손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어선의 접안이 어려워지겠지만 무엇보다 인천에서 겨우 갯벌을 간직한 북성포구마저 인천다움을 잃는다. 좁은 주차공간을 무릅쓰고 끊임없이 인천은 물론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북성포구를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갯고랑과 갯벌을 가까이에서 보며 손에 잡을 수 있는 북성포구의 갯내음 때문이 아닐까요?” 어민에게 묻자, 외지에서 찾은 이용객은 적극 동의를 했다. 소래포구처럼 개발된다면 찾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성포구에서 마주보이는 공장지대는 바다에서 바라보는 경관에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바닷가에 천편일률적 공장 벽을 노출하거나 쓰레기를 쌓아놓았다. 아닌 게 아니라 북성포구는 이용자에 대한 편의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좁은 갯벌을 바라보는 식당은 비좁고 전기 가설하지 못하는 어판장은 어둡고 냉장고 없는 진열에 한계가 있었다. 이용자와 어민, 그리고 식당과 인천다움을 모두 살릴 방안은 없을까? 갯고랑과 개벌을 덜컥 매립하지 않으면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매립은 북성포구 어민과 식당, 그리고 이용객의 소박한 편의를 배려하는 수준에서 그칠까? 만일 소래포구처럼 찾아오는 이가 북적이는 공간으로 개발된다면 소박해도 갯내음 간직한 북성포구는 어민은 물론 애정을 갖고 찾는 방문객까지 버림받을 가능성도 있다. 매립에 들어가는 비용 이상의 이익을 원하는 온갖 상업시설로 천박해질지 모른다.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를 바라보며 인천다움을 느낄 마지막 공간마저 사라질지 모른다.

매립을 원하는 ‘중구 북성포구 발전위원회’와 ‘동구 만석포구 개발 추진위원회’는 천박한 상업시설을 원하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북성포구를 경관과 해양생태계를 지키면서 강요되었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구경꾼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인파보다 기억을 간직하며 다시 찾아오는 북성포구로 남길 원한다. 그렇다면 갯벌과 갯고랑을 파괴하지 않고 대안을 찾을 방법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북성포구의 가치는 인천의 가치로 승화할 수 있다. 인천의 문화주권, 해양주권, 환경주권을 잃지 않으며 인천의 가치를 다시 창조할 수 있도록, 300만 인천시민이 북성포구의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찰 수 있도록, 북성포구의 어민, 북성포구를 사랑하는 시민이 참여하는 허심탄회한 논의를 인천사회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매립이 필요하다면 그 방법과 규모는 그 이후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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