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불가피한 측면 인정”…대책위 “장애인 학대 범죄 면죄부”

 

인천 옹진군의 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입주 장애인을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재활교사에게 법원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선고가 나오자 해당 시설 대책위원회는 가해자와 인권침해 시설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강부영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인천 옹진군의 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전 재활교사 A(2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2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강 판사는 또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설 재활교사 B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2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서 장애인인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을 책임진 자들로서 자신들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폭행을 가했고 그중 피해자 한 명은 A씨의 업무상 과실로 사망에 까지 이르러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이 보호하는 장애인들이 중증의 지적 장애인들이어서 의사소통이 곤란해 자해로 인한 상해를 막기 위해 일정한 범위 내 물리력의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도 인정된다”며 “이 사건 대부분의 행동은 피해자들이 다른 장애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저지하거나, 자해를 막기 위한 경우 등 제재적 성격으로서 의도된 폭력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15일 오후 5시쯤 정신지체장애 1급 C(50)씨가 스스로 얼굴을 바닥에 찧으며 자해를 하자 C씨의 등에 올라타 늑골을 부러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늑골 골절로 인한 흉복부 손상 등으로 같은 날 오후 늦게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A씨는 또 같은 해 11월 25일 오후 5시 13분쯤 지적장애 1급 D(17)군이 물티슈를 입에 물었다는 이유로 D군의 머리를 발로 강하게 걷어차는 등 폭행을 한 혐의도 받았다.

B씨는 2014년 11월 20일 오전 6시쯤 지적장애 1급 E(20)씨가 옷을 벗고 다닌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배와 얼굴을 때리는 등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인천지방법원 장애인 사망사건에 집행유예 선고,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면죄부’라는 성명을 내는 등 즉각 반발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이번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은 장애인을 가축과 같이 취급한 장애인 학대범죄자들에 대한 사실상 면죄부”라며 “사망한 2명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솜방망이 처벌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자해로 인한 상해를 막기 위해 일정한 범위 내의 물리력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인정’된다며 이들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혔다”며 “재판부의 말대로라면 자해로 인한 상해를 막이 위한 목적이라면 장애인에 대한 일정한 폭행은 불가피하다는 말이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판결은 전국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생활교사들의 폭행이 일정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다는 말이된다”며 “그러나 모든 인간은 장애유무, 장애유형, 장애정도와 관계없이 학대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대한민국은 이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의사소통이 곤란하다고 해서 주먹과 발로 구타하는 행위가 장애인의 자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재판부 역시 장애인을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여긴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해자는 물론 인권침해 시설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는 이번 판결에 절대 승복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항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