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은 얼마 전까지 세계 제일이었다. 세계대회 개인전 단체전 합쳐서 15연패를 기록한 국위선양의 일등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바둑이 국가의 큰 지원 없이도 세계제일로 올라섰던 것은 많은 팬들이 기사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몇 년 전 갤럽에서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의 바둑인구가 1천만명이라고 했다. 우리 프로기사들은 적어도 500만명에서 700만명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팬들에 힘입어 국내기전이 추가되고 세계기전이 속속 생기면서 사회의 관심도 많아지고 우리 기사들이 세계대회에서 연전연승 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조훈현 九단의 제1회 응씨배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이창호, 서봉수, 유창혁 九단등의 화려한 우승행진이 이어지면서 바둑팬들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이라고 느끼게 되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우승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가 됐다.

그런데 근래에는 중국이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잇달아 우승을 하고 있다. 응씨배, LG배, 농심신라면배, CSK배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잇단 패배는 충격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선 꼽을 수 있는 이유가 구4인방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의 퇴조이다. 이중 세계 최강의 위치를 10년 이상 지키고 있는 이창호 九단을 제외하고는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2선으로 물러나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신4인방 (이창호 박영훈 최철한 이세돌)이 활약을 하고 있지만 맏형이자 대들보인 이창호 九단은 1975년 생으로 나이가 어느덧 만31세이다. 이 나이는 세계무대에서는 고령에 속한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몇 번 패배하면서 절대강자로서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가장 큰 무기였던 끝내기가 약해진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사가 나이가 들면 끝에서부터 약해진다고 했는데 이창호 9단도 그런 것 같다. 기풍의 변화가 생겼고 전투적으로 바뀌면서 옛날과 달리 승부가 언제나 아슬아슬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이창호 九단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제일이지만 근래의 성적에서 보여주듯이 예전 같이 안정적이진 못하다. 반면에 이세돌 九단은 기복이 심하고 박영훈, 최철한 九단은 아직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오르기에는 힘이 부친 듯하다.

이에 비해 라이벌인 중국기사들은 응씨배 우승자인 창하오 九단, LG배 우승자인 구리 八단 등이 굳건하고 신예기사들이 천야오예를 주축으로 날로 강해지고 있다.

또한 중국기원에서는 젊은 천재기사들을 키우기 위하여 매년 20명씩 프로기사로 입단을 시키고 있는데 입단 연령을 15세로 낮추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어리면 어릴수록 현재는 약하지만 기력이 느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장래성이 있다. 일본에게는 이미 앞서 있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프로기사로 입단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다. 엄청난 훈련을 해야 하고 수없이 높은 경쟁을 뚫은 실력자라야만이 입단을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입단 후 얼마 되지 않아 세계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입단을 하면 안된다. 중국과 비슷한 나이라야 경쟁력이 있다. 또한 신4인방 바로 다음으로 실력 있는 기사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나이가 어린 기사들이 더욱 실력을 쌓아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요즈음 우리나라 신예기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희망은 있다. 앞으로 중국과는 오래도록 바둑전쟁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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