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급한 일정으로 찾은 싱가포르의 현장에서 부닥치는 감정의 충격이 착잡하다. 곧 1인당 GDP가 6만을 넘어 7만~8만 달러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통계적인 정보와 상관없이, 온 거리에, 수도 없이 늘어선 매장과 객장에 넘쳐나는 인파들 속에서 지금 이들의 잘나가는 경기를 감지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극심한 질투를 느낀다.

엄정한 법집행을 앞세워 이민족 간의 통합과 도덕국가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아버지 리콴유(李光耀)의 뒤를 이어 아들 리셴룽(李顯龍)이 총리의 직을 수행한지 10년이 지난 오늘, 싱가포르에서 돈 되는 일 중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카지노 산업이 돈을 긁어 들이고 있고 제조업이 없다던 나라에서 이제 각종 제조업의 성장이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마천루가 끝도 없이 들어서고, 몰려드는 외국자본들은 이곳을 동남아의 움직일 수 없는 금융중심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싱가포르의 가장 고질적인 숙제이었던 물 부족의 문제까지를 해결해 냈다. 그 10년,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우리는 이제 이들과 무엇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

하필 귀국하던 날 DCRE에 대한 징세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의 소식을 듣는다. 나는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적정 처리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서 시와 남구, 회사와 시민단체 간 4자 협약을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이 과세 논쟁의 빌미가 된 의무이행 담보 부동산을 동양제철화학으로 하여금 인천시에 제공하도록 조정한 장본인이다.

또한 나는 한 세무법인의 대표세무사로서 생업을 삼고 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일찍부터 인천시 재정의 관리위기를 지적해왔다.

이런 이유로 이 사건의 내용과 주변사정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는 입장에 비추어 토론석상에서 흘러나왔다는 이야기들이 내겐 너무도 상식적이지 않다.

의회의 의결로 조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닐진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의회가 나서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당시 이 조세의 부과 실무자가 주요 발언자로 나서서 자신의 실적을 옹호한다거나 내역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 적용의 전후 연관 관계와 상관없이 몇 가지 개별 법규를 들먹이는 발언자들의 이야기들을 전해 듣기가 차마 민망하다.

이 사건은 법률적으로도 법인의 물적 분할의 정의와 범위, 그에 대한 조세 감면의 목적, 부채의 정의와 관련된 회계상 거래의 범위, 신의 성실의 의무 위반 여부, 기업회계 존중의 범위에 대한 논쟁, 국세 징수법상 초과압류의 금지에 대한 해석, 연대납세의무 또는 제2차 납세의무의 범위, 심지어 법 적용에 있어서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의 형평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쟁을 거쳐야 하는 쟁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날의 토론 석상에서 누가 이러한 문제들에 있어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까. 그들은 과연 무엇이 인천의 재정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길인지를 정말로 성실하게 고민하였을까.

OCI는 세금을 내면서 DCRE는 왜 세금을 내지 않느냐 라든지 DCRE는 OCI가 100% 출자한 회사이니까 인천시는 빨리 OCI에게서 세금을 징수하는 절차를 밟으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주장대로 OCI와 DCRE가 법률적으로 동일 실체로 판단한다면 두 법인의 분할로 인하여 새롭게 취득한 자산은 없는 셈이 되고 결과적으로 조세감면 규정 설정의 취지에 따라 이 과세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동양제철화학과 인천사회가 서로 주고받은 공과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관리의 부실에 대한 책임이 기업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비록 사회주의적 사회라 할지라도 기업의 번영이 없이 풍요로워 질 수 있는 사회는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의 번영을 조장하고 도와야할 원천적인 의무를 진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법률적인 상식이다. 기업이 죽고 살아남는 재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재정학의 상식이다.

사회 구성원 간에 갈등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조정하기 위하여 법령이 존재한다. 이 사회의 구성원 그 누구라도 그 위에 서려고 한다면 그는 사회의 파괴자가 될 뿐이다.

부디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의 이해하기 곤란한 반 기업 정서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빈다. 우리 사회, 정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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