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을 걸어가다 보면 곳곳에서 자라난 이름 모를 잡초들을 만난다. 우리는 그것을 대하면서도 무심히 바라볼 뿐 존재가치를 인식 못하고 지낸다. 한번쯤이라도 생각을 달리할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먼저 잡초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봄이면 근교 밭둑에서 생겨나 생큼한 미각을 돋워주는 냉이나 민들레 같은 푸성귀조차도 농군들이 보기에는 그저 잡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농사짓는 터전에서는 전혀 불필요한 존재로 목적달성에 귀찮은 것이 된다면 아무리 인삼무리 비슷한 것이라도 하찮은 대접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모든 일이나 사물에 있어서 희귀성이나 독특한 가치를 논하자면 그 주변에 있는 흔한 것들이 있어야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잡초라는 존재가 있어야 가치를 인식한다. 다시 말하면, 흔하디흔한 잡초무리가 있어야 상대적으로 비교평가가 이루어진다.

잡초와 비교하여 우위를 점하면서 우리가 찾는 물건의 희소성 가치와 독특한 우월성을 드러나게 해준다. 우리 주변의 일이나 대상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배경적인 업무가 있음으로 해서 보이는 사람이나 업무가 주목받기 마련인 것이다.

잡초가 있어야 할 이유는 응당 존재한다. 아무리 하찮은 잡초라도 없앨 순 없다. 늦가을이면 다 썩어문드러져 비료가 되면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잡초가 무성한 토양에서 자라난 나무가 거목이 된다. 반면에 거목이 된 나무 주변엔 잡초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우거진 잎들로 울창해진 거목의 밑자리에는 햇볕이 들어설 틈이 없을 만큼 그늘이 져서 풀이 자랄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잡초를 잡초라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잡초라도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발상의 전환이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의 혁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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