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에 개장, 1977년 서해안의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연안에는 간석지가 넓게 분포하여 간조시에는 육지가 되며, 해변을 따라 담수가 흐르고 있다. 길이 약 1.5㎞에 걸쳐 고운 백사장이 반달 모양으로 아늑하게 펼쳐져 있으며, 주변 모래 언덕에는 100년 이상 된 노송들과 곱게 핀 해당화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해수욕장뿐 아니라 바다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기암절벽의 암석해안과 융단처럼 핀 들꽃들이 절경을 이루는 덕적도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 임해관광지 4개권 개발지역의 하나로 덕적권이 지정되어 이곳을 서해도서 관광의 거점지역으로 삼아 덕적군도와 연계해 종합해양휴양단지로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인천에서 덕적도 간을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이 있다.’

아마 최신판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1996년 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덕적도의 서포리 해수욕장에 대한 해설이다.

연전(年前)에 굴업도와 인근 도서를 조사하느라 여러 차례 찾았던 덕적도를 지난 주 다시 찾았다. 옹진의 걱정을 혼자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같은 인천경실련의 허선규 해양 분과위원장의 한숨 소리가 거의 한계에 이르고 있는 것 같아 현장을 돌아보고 걱정하는 시늉이라도 함께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리 뭐라 해도 마침 계절이 계절인지라 배표를 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예매까지 시켜놓고 오른 고속페리는 일찌감치 오늘의 서포리 상황을 한 눈에 보여준다. 대합실에서부터 연안여객 터미널 특유의 분주함을 볼 수가 없더니, 채 사분의 일도 차지 않은 객실에 운항요원의 구명조끼 착용 설명의 노고가 안쓰럽다.

이 계절의 서포리 행이 무척 오랜 기억이기는 하지만 이 맘 때라면 여객 대합실과 배의 객실, 갑판은, 웃음소리, 젊은이들의 재잘거림, 휴가를 떠나는 묘한 흥분으로 가득했어야 한다.

갈매기는 이 배의 꽁무니를 한없이 따라오며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에 목을 매야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볼 수 없다. 이 배에서 새우깡을 던져주는 손님들이 사라진지는 꽤 오래된 일인가 보다. 이 배가 개방 갑판이 넓지 않은 고속페리라서 그럴까? 하필 태풍이 오고가는 계절이어서 그렇겠지. 세월호의 여파도 아직 남았을 테고….

애써 이러 저런 핑계를 스스로 찾아가며 오늘의 썰렁함을 애써 변명하려 해보았지만 아홉 시간에 걸친 현장의 답사는 그러한 변명을 한 마디로 걷어차 버린다. 아무리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수도권에 가장 인접한 국민관광지로 왕년의 명성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 덕적도 서포리가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미련한 인간들이 바닷모래를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모래사장이 깎여나갔다고는 해도, 아직도 이렇게 아름다운 백사장이 숨 가쁘게 남아있고, 제주의 현무암 해변을 능가하는 능동자갈마당을 비롯해서, 백과사전이 미처 다 묘사하지 못한 풍요롭고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여기 이렇게 남아 있지를 않은가.

▲ 지난 8일 오전 11시 덕적도 서포리 해수욕장의 모습.

▲ 덕적도 능동자갈마당의 텅 빈 현재의 모습.

아름답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인천 앞바다 옹진의 섬들은 모두 이렇게 아름답다. 그런데 왜…? 왜 사람들은 이곳을 떠났는가.

이 자리에 어지럽게 옹진군의 오늘 현재의 통계를 옮기지는 않는다. 다만, 이상하게도 2012년에 머물러 있는 옹진군이 공개하는 관광에 관한 최소한의 통계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2012년 여객선 수송 인원 270만 명, 연간 관광객 450만 명, 그러니까 그 차이는 다리로 뭍과 연결되는 선재와 영흥방문객일 것이고…, 관광사업체 등록현황은 백령도를 제외하고 자월에 콘도미니엄 하나, 그 밖의 섬 전무, 해수욕장 이용객은 이상하게도 2008년 통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629,000명, 식품위생관계업소 수는 2012년 558개 소 (참고로 강화 2012년 2,138개소). 이렇다.

하루 백 만이 몰려든다는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전국의 유명 해변관광지와 비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의 해변 정 중앙에 자리 잡은 옹진이 왜 이래야 하는가.

정말로 긴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다. 이젠, 아무런 전문성도 대안도 갖지 않은 채 옹진에 대해 족쇄만을 치러드는 시건방지고 어설픈 환경론자들과 입씨름조차도 역겹다. 바다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인천의 정체성을 들먹이고 관광 인천을 이야기하는 인천의 얼빠진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에게 이젠 아무 설득의 의욕조차가 남지 않았다.

단지 이 내 고향의 산하가 섧고 진저리치게 아깝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가 왜 잊혀야 하고 벼려져야 하는가. 왜 우리는 그 속에서 함께 인간과 자연을 이야기하고 행복을 꿈 꿀 수가 없는가.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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