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방자치단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인천은 유난히 즉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장적인 과제가 많은 도시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이후 근 20년에 걸쳐 줄기차게 개발, 개발에만 매달려온 결과다. 물론 그러한 개발들이 모두 나쁘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한 때 이 도시는 실정 모르는 다른 자치단체 구성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었으니까.

그러나 그간 인천이 추진해온 많은 사업들 속에는 과학도 체계도 심지어 순리와 상식마저 빠져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고 마침내 이렇게 오늘의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2012년 말에 인천의 한 일간지에 실었던 나의 칼럼 일부를 전재한다.

“우선 현재 인천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지역적으로 추려 보기로 하자. 인천의 가장 북쪽 지역인 옹진에서는 연평도 피격 이후 추진된 지역 개발 지원의 문제가 계획만 요란한 채 거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서 있고,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강화교동의 평화 산단은 과연 실현이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기약이 없다. 강화에서는 위, 아래 양쪽의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주민들의 분열만을 만들어 놓고 보류 상태로 접어들었다.

경인아라뱃길과 관련해서 쏟아졌던 꿈같던 기대효과는 오히려 많은 문제들만을 드러낸 채 아직 인천시민들에게 아무런 기별을 주지 않는다.

영종과 청라에 전개되던 경제자유구역의 화려한 그림들은 미단시티와 밀라노의 환상이 깨어지면서 오히려 퇴영의 그림자 속에서 입주민들의 속만 태우고 있고, 제3연륙교는 이제 정말로 그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수도권 매립지의 논쟁은 아마도 영원한 숙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고 계양산의 골프장과 시민공원 논쟁은 법정으로 옮겨가고 말았다.

검단신도시가 인천도시공사의 수렁이 되어 버리고 루원시티가 루인(ruin)시티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되었건만 올해에도 묘책은 나오지 않았고 인천내항의 용도변경 계획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논쟁도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한다.

구도심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난맥상이나 재래시장 상권의 재생과 대형 소매유통점들의 난립의 문제, 부동산 경기 침체의 문제쯤이야 전국 공통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인천의 경제를 지탱하던 대기업들과 알짜 중소기업들의 집단 도시 이탈 현상은 아무래도 태평하게만 바라보기는 힘들다.

간간이 이어지는 몇 몇 기사거리로 연명하는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은 이제 이 도시의 확실한 난제로 굳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고, 송도 국제도시의 물류기지 산업화의 근거가 되는 송도 신항의 건설조차 삐걱거리고 있다.

아무리 공용자산을 팔아 메운다 해도 인천의 재정은 여전히 내일 당장 공무원의 급여를 걱정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인천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은 미래의 꿈에 상관없이 오늘 당장 허리가 휘는 가장 무거운 짐이다.

아무리 인천시의 관계자들이 인천의 거시지표를 열거하며 어려운 인천을 부정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손으로 만든 2013년 예산안은 밝은 인천의 내년을 기약하지 못하고 이미 시중의 경제 주체들은 인천의 내년을 믿지 못한다.

이러한 인천을 위로하는 것들로 아시안게임과 GCF의 후광이 있고, 느닷없이 317조 원인가 하는 에잇시티 개발계획이 터져 나왔지만 그 속이 너무나 허전해 보인다.”

이 칼럼을 쓰고 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아마도 나는 올 연말에도 똑 같은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아마도 317조 원의 에잇시티가 물 건너갔다는 얘기와 아시안게임의 힘겨운 뒤치다꺼리에 대한 이야기 정도를 추가하게 될까.

이런 도시에서 소위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 도시는 이 선거를 통하여 이러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목하, 이 도시의 거리와 골목 어디에도 ‘세월호’라는 ‘한 건’과 공천을 둘러싼 욕지거리만이 넘쳐흐르고 중앙 거물들의 행차가 판을 휘젓는다. 후보들의 정책 속에서는 과거 수없이 반복된 허풍과 무책임, 무지가 여전히 춤을 춘다.

4년이나 이 도시의 살림을 살아봤던 사람이나 장관을 두 번씩 했던 사람이나 이 도시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고 추악한 중앙정치의 논리를 연장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현상을 막아낼 힘은 시민에게서 나와야 하는 것이지만…, 그런데 인천을 아는, 인천을 사랑하는 인천시민은 지금 어디에 가 있는 것인지 내 어두운 눈에는 그들이 잘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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