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에서 미군에 기지를 내주는 문제로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대추리 주민들과 범대위측을 “보상에 눈먼 사람들”과 “반미좌파세력”으로 매도하면서 편향 보도를 하고 있다.

이들 때문에 국익이 손상되고 한미동맹이 당장이라도 깨질 것처럼 호들갑이다. 문제의 본질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평택기지확장문제가 본질적으로 무엇이 잘못돼 있기에 이 야단인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평택에는 용산미군기지와 미2사단 등이 옮겨가기 위해 349만평의 미군기지를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단일 해외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기지를 짓고 있다.

국방부가 밝힌 이전비용은 용산기지 이전비용 35억-45억달러를 포함해 총 70억-9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우리가 전액 부담하기로 한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비롯해 한국이 55억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의 부담금 가운데 상당금액을 한국이 매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제공하는 비용으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미 정부관리의 미 의회 증언대로라면 실제 미국측 분담비용은 4억8천만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국방부의 이전비용 추산도 별도 믿을 것이 못된다. 당초 20억-30억달러에서 시작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정확한 계산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이 새로 요구하고 있는 성토 비용만 5억5천만달러에 이르고, 반환미군기지들의 환경오염 복구비용만도 3천억-4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평택미군기지 진입을 위한 도로확장과 미군들이 이용하기 위한 항만부두시설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시설 건설비용은 아예 포함돼 있지도 않다.

그런데 1990년에 합의했으나 사실상 폐기되었던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미국의 요구에 의해 용산기지 이전을 비롯한 주한미군 재배치문제를 다룰 FOTA가 2003년 4월에 열리게 된다. 용산기지이전과 평택기지확장은 미국이 추진중인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에 의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봉쇄를 세계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주한미군을 비롯한 아시아 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긴급한 현안이다.

용산기지와 2사단을 이전해 평택·오산지역으로 통합하고 있는 것은 미군의 한국으로의 출입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오산공군기지와 평택항은 미군의 신속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지리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이제 북한에 대한 전쟁억제력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 차원에서의 역할로 변하게 된다.

주한미군기지는 중국봉쇄를 위한 미국의 ‘전진작전기지’로 활용된다. 평택에 50년 이상 사용할 최첨단화된 영구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평택기지에는 중국을 감시하는 정보수집장비와 중국의 핵억지력을 무력화시킬 미사일방어(MD)용 무기체계가 집중적으로 배치될 것이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X-밴드지상레이더 기지가 평택 등에 설치된다면, 한국은 애꿎게 중국의 중거리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역할이 변하고 기지이전도 미국 자신의 필요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 병력의 1/3가량이 2008년까지 감축하기로 예정돼 있음에도 이전기지가 축소는커녕 오히려 확장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최근에 미국 고위관리들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따라서 기지를 확장하지 않아도 기존의 ‘오산기지(K-55)’와 ‘캠프 험프리(K-6)’의 457만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물포조약> 보다도 더 불평등한 <용산기지이전협정>은 재협상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용산기지이전협정> 국회동의 과정에서 약속한 청문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3.6%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69.4%가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시 이미 제공하기로 한 평택기지 터를 그만큼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한미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잘못된 것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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