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다는 말 만으로는 도무지 표현이 안된다. 부활절 아침 식사 기도를 하면서도 공연히 가슴이 막히고 목이 메어서 기도가 나오다 중단된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업을 가진 이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을까.

 
아이를 한 명만 차에 태우고 고속도로에 올라가도 혼자서 차를 운행할 때 보다 더 조심을 하게 되고 앞뒤 전후를 한번 더 살피게 되는데, 가능한 규정 속도를 지키려고 애를 쓰게 되는데, 항차 수백 명의 목숨을 싣고 다니는 거대한 선박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5번째, 한국에서 두 번째로 위험하다는 해역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그 배에 탄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초보 3등 항해사에게 조정을 맡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요즘 말로 ‘멘붕’ 상태다.

과거에 사법고시 준비를 하면서 선원법에 대한 공부를 할때 선장에게 주어진 권한이 막대함에 놀란 일이 있다. 법전 속에 있는 항해 중인 선박 내에서 선장의 역할은 행정부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사법권까지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였다.

선장은 ‘지휘 명령권’으로 ‘위험 공동체인 선박운항의 최고 책임자로서 해원(海員)을 지휘·감독하며, 또한 선내에 있는 여객·기타의 자에 대하여 자기의 직무를 행함에 있어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한 선장은 ‘징계권’을 가지고 ‘규정된 선내의 규율을 지키지 아니하는 해원을 징계할 법적인 권리가 있다. 법률에 의해서 자연인에게 타인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경우는, 아마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과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징계권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선장은 ‘강제 조치권’을 가지고, 해원·여객·기타 선내에 있는 자가 흉기·폭발물 또는 발화하기 쉬운 물건을 소지한 때에는 필요에 따라 그 물건의 보관·폐기 기타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해원이 승선계약 종료의 공인이 있은 후 선박을 떠나지 아니할 때에는 그 해원을 강제로 조치할 수 있다.

선장은 ‘행정관청에 대한 원조의 청구권’을 가지고, 해원·여객·기타 선내에 있는 자가 위험물을 소지하거나, 선내에 있는 사람의 인명이나 선박에 위해를 미치게 하거나, 선내 질서를 문란하게 할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행정관청에 원조를 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장은 또한 ‘사법경찰관으로서 직무’도 수행할 수 있는 데, 원양·근해 또는 연해구역을 항해하는 총 톤수 20t 이상인 선박의 선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선장은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수사, 범인의 체포 등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선장은, 선박의 항행 중 선내에 있는 사람이 사망한 때에는 적절한 조건의 구비 하에 사체를 수장할 수도 있고, 선박 내에서 아기가 출생하거나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신고사항을 항해일지에 기재·기명·날인하고, 선박이 입항한 후 이에 대한 항해일지의 등본을 관계 시·읍·면장에게 발송할 책무까지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은 막중한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선장에게는 출항 전에 선박이 항해에 대한 감항성 여부와, 항해에 적응할 장비·적하(積荷)·인원·식료·연료·기타의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검사할 의무와 항해 준비가 완료된 때에는 즉시 출항하여야 하며, 화물의 선적 또는 여객의 승선이 개시될 때부터 화물의 양륙과 여객의 하선이 완료될 때까지 그 선박에서 떠나지 못하는 ‘재선의무’와 선장은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 선박이 좁은 수로를 통과할 때, 기타 선박에 위험성이 있을 때 갑판 상에서 직접 선박을 지휘하여야 하는 ‘갑판상의 지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선장은 자기가 지휘하는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선박 및 적화물의 구조에 필요한 수단을 다하여야 할 ‘선박 위험시의 조치의무’와 선박이 충돌한 때에는 자기가 지휘하는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명과 선박의 구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며, 또한 선박의 명칭·소유자·선적항·출항항·도착항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하는 ‘선박충돌시의 조치의무’를 할 공법상의 의무가 있다.

이런 막중한 의무와 권한을 가진 선장이, 위험한 해역에서 3등 항해사에게 배를 맡기고는, 배가 기울자 선원들만 데리고 도망을 했다. 지금도 수 백명이 물속에서 갇혀있는데 도망을 갔단다. 정말 이건 아니다. 정말 이러지 말자.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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