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이 산으로 가고, 뻐꾸기가 도시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산이 바다로 가고, 섬이 산으로 간다면? 십중팔구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을 것이다. 마당을 뛰쳐나온 암탉인 ‘잎싹’ 역시 족제비로 상징화된 냉혹한 현실로부터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잎싹은 희망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삶의 아름다움에 서서히 눈을 뜬다.

자신의 알을 품고 싶어 하는 잎싹은 자연스럽게 불임 여성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으로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싶은데도 생활 패턴의 변화와 전자파, 환경 호르몬과 같은 외적 요인 때문에 뜻을 이룰 수 없는 여성들, 우리나라 전체 부부의 일곱 쌍 가운데 한 쌍 꼴이 된다는 불임가정의 여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잎싹은 불임시술과 같은 인공적인 방법이 아니라 일종의 입양을 선택한다.

입양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 현실에선 귀감이 될 만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고조할아버지가 입양아였다고 해서 지금의 내게 무슨 문제가 되며, 고조할아버지 역시 진짜 자식을 낳지 못했다고 해서 족히 200년도 지난 지금까지 뭔 놈의 한이 되겠는가.

진짜 자식이든 가짜 자식이든 당신 얼굴은커녕 이름 석 자도 모르는 자손들의 진위 여부가 무에 그리 문제이겠는가.

초록머리를 친자식과 다를 바 없이 극진한 모성애로 키운 잎싹이 나그네의 무리, 즉 청둥오리들에게 초록머리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선 정신의 고귀함마저 느껴진다.

초록머리를 지켜내기 위해 밤새 족제비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과 연계되어 누구나 헌신적인 제 어머니를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이길 바라지만 아직도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이 부분에선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적성이나 소질은 생각지 않고 부모의 의도대로 판·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는 사람들이 과연 이 땅의 정의와 병자들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 것인가.

그들 스스로는 또 그러한 삶이 무에 그리 복될 것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 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분명 수작이다.

재산 상속 다툼으로 60억대 재산가인 노인이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체 노인 10명 가운데 독거노인이 약 2명이나 되고, 학대받는 아동들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가는 작품이다. 족제비의 새끼들을 발견하고도 복수대신 용서와 화해를 택하는 잎싹의 미덕, 끝내는 어린 생명을 위해 제 몸을 내주는 성스러움, 죽는 순간까지도 날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않는 의지에 누구나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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