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는 ‘너나 잘하세요’가 유행어다. 종래 이 말이 유행한 것은 10년 전인 2005년 7월 29일 개봉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부터다. 이 영화에서 금자의 역은 이영애가 했다. 금자는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린이 유괴라는 누명을 쓰고 13년 형을 선고받아 수용생활을 한다.

 
금자는 교도소에서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한 모범수였지만 그 마음속에는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동료 수감생들은 그를 ‘친절한 금자씨’라 불렀다.

금자씨가 13년의 억울한 복역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던 날 마중 나온 전도사가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며 내민 두부를 뒤 엎으며, 싸늘한 표정으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할 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섬뜻한 느낌마져 가졌다.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을 아직 모르고 있던 관객들은 금자가 무슨 엄청난 일을 저지를 것같은 공포스런 상황을 예상했다. 금자씨는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 씌고 감옥생활을 하면서 치밀하게 복수준비를 하였다.

당시에 ‘너나 잘하세요’가 그렇게 널리 세간에 회자된 것은, 자기가 한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되돌아 봄이 없이 다른 사람을 단죄하려는 한국사회의 풍토에 대한 성토를 이 한마디로 표현한 듯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편향적이고 왜곡된 정의감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을 쉽게 단죄하려는 사람에 대해서 적절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어찌 들으면 무례하고 상대를 무시하는 그 말이 산뜻(?)하게 들렸고 입에 올려도 그리 거칠어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글 말을 들은 사람은 ‘들어도 싸다’는 상황적 배경과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 말을 ‘할 만한 이유에 있다’는 동조적 심리와 교도소 앞에서 상대방에 대해서만 행해졌기 때문에 목표가 분명하게 행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국민에게 생방송으로 공개되는 의회진행 중에 새정치민주연합대표에게 ‘너나 잘해’라고 소리를 지른 일로 세상이 씨끌하다. 똑같은 말인데 왜 금자씨에게는 동정심까지 느껴졌던 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는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런 상황은 국회회기 중에 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 모 중학교 학교폭력자치위원으로 출석해서 대책회의를 한 일이 있다. 가해학생이 평상시에 싫어하는 같은 학교친구를 폭행한 사건이었다. 그 가해학생은 평상시도 그 친구에게 물건을 빼앗는 등의 가해행위를 해왔는데, 이 번에는 피해학생에게 벽을 잡고 맞을 포즈까지 알려주면서 주먹과 발길질까지 가했다는 것이다.

대개의 학부모는 이와같이 자기 자녀가 폭력행위의 가해자라고 고발을 당하고 징계위원회까지 회부된 경우에는 당황스럽고 충격을 받는다. 자기 자식이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학생이라는 것을 잘 믿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것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법을 의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는 가해자의 학부모가 오히려 폭력대책위원들에게 ‘왜 내 아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느냐’ ‘아이들이 자라면서 싸울 수도 있는 것아니냐’ ‘당신들을 자식을 키우지 않느냐’며 너무나 당당하게 억울하다는 표현을 하였다.

내 식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그에 대응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인 행동일 것이다. 더욱이 그 대상이 자식인 경우에는 더 마음이 아프고 방어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친구들끼리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툰 경우라면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학생에게 맞을 자세까지 알려주면서 서있게 하고는 일방적으로 구타를 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서 그 가해학생에게 진상을 파악하고 처벌을 하려는 위원회에 출석해서 그렇게 당당하게 ‘너나 잘하세요’ 식의 발언은 상황파악이 안되는 것같았다.

이러한 가해엄마의 발언은 보는 위원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갖게 하였다. 단연코 그 엄마가 보호하고자 하는 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 엄마의 행동을 보면서 가해학생은 잘못을 반성해야 할 자리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을 까 아니면, ‘너나 잘하세요’를 배웠을 까.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과 행동을 할 수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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