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인의 처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서 문상을 다녀왔다. 준비없이 아내를 잃은 남편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해서 애통하고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로 흐르는 눈물로 문상객을 맞이하였다.

 
문상객들은 문상객들대로 그 남편이 얼마나 아내와 의지하면서 힘든 시간들을 견뎌왔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함께 슬픔을 나누었다.

부부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인연으로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 미운정 고운정을 쌓아간다. 그렇게 등부비며 살던 배우자가 죽음을 세상을 떠날 때 남은 배우자의 마음이 참으로 복잡할 것같다. 그 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도 새록새록하고 혼자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시간들에 막막함도 있을 수 있다.

십여 년 전에 시아버지가 3년간을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르내리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건강이 급격히 않좋아지시면서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실 때는 물론이고 병원에 입원 중이실 때에는 간병인이 있는 상황에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을 찾아가서 시아버지를 간병하셨다.

시어머니는 병원에 가실 때는 시아버지가 드실 것 외에도 간병인의 먹을 식사까지 챙겨가지고 가서 시아버지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3년 간의 간병생활에 지치실 만 한데도 시어머니는 매일 대화도 안되는 남편을 찾아가서 극진히 살피시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그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시어머니가 좀 편해지시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를 잃고 수년 동안을 마음이 허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시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는 시아버지를 병간호를 하면서는 몸은 힘들어도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의지할 데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온몸에서 기가 다빠져 나가는 것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배우자가 병이 들어서 간병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들이 종종있다.

혼인기간이 30년이나 되는 남편이 아내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서 우울장애가 오고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부린다는 이유로 더 이상 혼인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라든가, 남편이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자 간병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안스러운 생각마져 든다.

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체면 때문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지는 못하고 암투병중인 배우자를 요양을 빙자해서 지방으로 혼자 보내놓고 딴 살림을 차리고 사는 사람은 더 얄밉다.

물론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서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힘들고 가정마져 위기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십여년 전에 처리했던 사건에서는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마취과의사의 과실로 인해서 신경마비증세가 오고 급기야는 식물인간이 된 사례가 있었다.

의료분쟁사건을 맡아서 처리하였는데 일단 의료과오임을 입증해서 손해배상을 받게는 해주었지만 그로 인해 받은 손해배상금으로는 월 300만원씩 들어가는 병실사용료와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벅찼고, 급기야는 남편은 살고 있던 집까지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남편은 일단 아내와 이혼을 하면 아내가 무자력자이므로 의료보호환자로 국가의 의료비지원을 받아서라도 치료를 계속해주고 싶다면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아내의 친정가족들도 어쩔 수없는 상황이라 협조해 주어서 이혼소송이 종결되고, 남편은 아내를 지속적으로 간병할 수있게 되었다.

이와같이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그로 인해서 도저히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없다거나 혼인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한 경우라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혼인생활을 하다가 일방 배우자가 단순히 질병이 걸린 경우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치료나 간병이 힘들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것을 택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결혼의 법률적 성격은 혼인계약이다. 계약이라는 것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있고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혼인계약에서 가장 주된 것이라면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다. 부부는 한 집에서 살면서 서로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보태주고 살다가 닥치는 어려움을 함께 의논해서 해결하는 것이다.

내 남편 내 아내가 내 곁에 있을 때 잘 할 일이다. 고인의 소천을 다시 한번 애도하며 천국에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한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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