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던 남편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남편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이 채권자에게 모두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되면, 가장의 입장에서는 평생을 함께 고생하면서 살아온 아내와 자식에게 남편명의로 되어 있는 집이라도 남겨두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경우 남편의 채권자들은 남편이 아내에게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구심과 함께 아내에게 재산분할로 넘겨준 재산에 대해서 남편의 빚을 변제하지 않으려고 고의로 빚을 빼돌린 것이라는 이유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말에는 국가초유의 경제비상사태인 IMF를 격으면서 많은 가정들이 재산을 아내에게 이전해 주기 위해서 가장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해주었고, 그에 따른 사해행위취소소송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재산분할로 상대방 배우자에게 이전해 준 재산을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부부의 이혼이 가장이혼이라는 것에 대한 입증이 먼저 되어야 한다.

우리 대법원에서는 재판상 이혼을 통해서 이혼한 경우만이 아니라 협의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 명목으로 재산을 아내에게 증여한 경우 조차도 배우자의 채권자가 원칙적으로 증여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이혼을 하면서 재산을 아내에게 분할의 명목으로 이전해 준 채무자가 이혼을 가장해서 강제집행을 면하려고 한다는 점에 대해서 채권자가 입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신분법은 혼인은 물론이고 이혼의 경우도 조건부로 해서는 안된다. 혼인이나 이혼의 당사자가 확정적 의사표시로서 혼인을 하거나 이혼을 할 때에만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목적으로 가장이혼을 한 경우에도 그 이혼신고를 할 당시에 두 사람이 이혼의 의사가 있었던 경우라면 두 사람의 의사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판시한 위 사례를 보면, 두 부부가 이혼을 하기로 하면서 우선 협의이혼신청을 하기 전에 재산분할명목으로 아내에게 증여해준 사건이었다. 아마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혼을 하고 나서 남편이 마음이 변해서 재산을 분할해 주지 않는다면 또 다시 재산분할청구를 하는 재판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우선 증여를 받고 나서 이혼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남편의 채권자인 세무서에서는 의당히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실제는 이혼을 할 의사가 없었으면서도 가장이혼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이들 부부 사이의 증여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위 사건에 대해서 원래 1심과 2심 판결에서는 두 당사자가 6개월 이후에 있을 이혼을 위해서 재산분할의 명목으로 미리 금전을 지급한다는 것이 이례적이고, 이혼 이후에도 남편이 아내의 명의로 주식거래를 한 사연 등을 고려하면 남편이 아내에게 지급한 돈은 재산분할로 인한 것으로 볼 수없다면서 재산분할을 받은 아내에게 남편의 세금을 내라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대법원에서는 판결문에서 ‘이혼 당시의 재산분할이 민법 규정 취지에 반할 정도로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재산분할을 구실로 이뤄진 재산처분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써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지 않고, 사해행위로써 채권자 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취소되는 범위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한 부분에 한정된다’고 설명하였다.

계속해서 위 판결문에서는 ‘비록 협의이혼신고를 하기 6개월 전에 미리 금전지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재산분할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 즉 양 당사자 사이에 협의이혼과 금전지급 경위 등을 좀더 심도있게 심리해서 실제로 그 지급에 재산분할에 해당하였는지 여부와 만일 그렇다면 쌍방의 재산보유 현황등은 어떠하였는지, 두 사람이 혼인한 이후에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정을 종합해서 아내가 받을 적정한 재산분할의 액수를 정한 다음에 이를 초과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라면 그에 대한 부분에 한해서 사해행위로 취소를 명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전지급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정한 것이 위법한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이혼의사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서 처리하라는 판단으로 매우 타당한 것이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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