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건 다 좋은데 경제만은 잘 안 돼.” 세계적으로 정치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내뱉는 독백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1년의 평가에 있어서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자면 이 말처럼 허전한 말도 달리 찾기 어렵다.

세상의 모든 일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일진대 경제가 아닌 일이 어디에 따로 있을 것인가. 안보와 외교라는 것이야 말로 경제의 일부인 것이고 모든 사람의 삶을 아우르는 국가의 일이라는 것이 결국 경제 하나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나라를 경영하는 모든 학문을 일찍이 경세제민지학(經世濟民之學:經濟學)이라 했던 것이고 이코노믹스(economics)의 어원도 살림이 돌아가는 질서에 관한 학문이라는 뜻을 갖는다. 결국 경제가 안 된다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저 마다 경제 전략의 구호를 내세우지 않는 경우가 없게 마련이고 그러한 구호는 정권의 임기 내내 코뚜레가 되고 족쇄가 되기도 한다. 김영삼의 세계화, 김대중의 DJ노믹스, 노무현의 지역균형발전론, 이명박의 녹색성장정책 따위가 그런 맥락에서 명멸한 이 나라의 경제운영 전략이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들의 자화자찬을 무시하고 돌아보거니와, 그중에서 그때 그 정책 덕분에 우리 사회의 번영이 훨씬 앞당겨졌다는 어떤 경우도 발견할 수가 없다.

물론 나의 눈이 어두운 탓이 크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언제부턴가 이 나라의 경제는 정치와 상관없이 국민들에 의해서 알아서 저 스스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유난히도 성취욕이 높고 영민한 국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죽기 살기로 일하고 그 결과가 모이고 쌓인 것이 오늘 이 나라의 소위 경제력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의 정치가 싸움질밖에는 도대체 경제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제 그러한 행운의 시간은 지나가고 세계의 경제 속에서 우리 경제가 가지는 위치는 더 이상 한가하지 않다. 이제 따라잡기(catch-up)는 끝나가고 새로운 시장은 좀처럼 창출되지 않는다.

스마트 폰의 단물이 끝나는 시점에 어떤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보다 앞선 집단과 우리의 뒤를 쫓는 집단 누구도 만만한 세력은 없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의 인식 속에서 박근혜 정부가 꺼내든 구호가 창조경제론이다.

새로운 대안 내놓기 어려울 것은 정한 이치

그런데 오죽 길이 보이지 않고 다급했으면 그랬을까마는 경제 전략으로서 이러한 구호는 애당초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라는 것이 본래 소비와 공급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실현해 나가는 과정일진대 무슨 창조경제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인류의 경제는 수렵 어로 채취의 경제로부터 재배와 양육 양식의 경제로, 근육 의존형에서 가축과 자연력의 이용 형태로, 다시,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 체제로, 생명유지 형태의 소비로부터 쾌락 창출형태의 소비로, 자연적인 소비로부터 인간능력 확장형 소비로 끊임없이 움직여 왔으며 이러한 창조적 활동의 결과와 그 집적을 우리는 경제의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아무리 닦달을 한들 공무원 사회가 보란 듯한 대안을 새삼스레 내놓기 어려울 것은 정한 이치다. 어차피 언제고 경제 전략에 부심하지 않은 적이 없고 이제 한 번쯤 내걸어 보지 않은 구호가 고갈된 지경일 것이다. 대통령 본인에게도 특별한 방향이 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인천을 원점에서 다시 성찰할 기회

그러나 이러한 구호는 어차피 이제 이 나라가 좋든 싫든 적어도 4년은 더 매달려야 하는 목표가 되었고 우리에게는 그 당부(當否)를 되씹고 있을 만큼도 여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정책을 “경제에 있어서 원칙 회복의 선언” 정도로 다시 해석할 것을 제안한다.

요컨대 임기응변과 정치적 판단으로만 일관해 온 우리의 경제를 이제 가장 원칙적인 경제의 논리에서 다시 바라보고 우리의 현 위치를 정확하게 다시 인식하자는 것이다. “나”의 “오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어떠한 개체에게도 발전은 없다라는 상식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제 창조경제의 과제가 지방의 주제로 전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의 발전 전략에 관한 후보들의 꾀가 백출할 것이다. 마침 이때가 인천을 원점에서 다시 성찰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어느 도시, 어느 항구에나 모두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개발전략으로 창조라는 경제의 원칙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회복되기를 희망한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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