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에서 진행되던 커플 찾기 프로그램인 ‘짝’ 출연자가 촬영 도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자살의 사유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망인이 남긴 유서를 보면 ‘부모님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는 것과 제작진과 남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는 것이어서 그 글만으로는 특별히 생의 마감이라는 극단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망인이 출연신청을 하고 나서 제작진과 사전 인터뷰 이후에 출연에 부담을 느끼고 촬영 2~3주 전부터 수차례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제작진 쪽에서 ‘이미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팅도 마쳤다는 이유로 출연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망인이 촬영 중에 지인들과 나눈 카톡대화에서는 촬영이 너무나 부담스럽다는 말을 전했고, 특히 그 녀는 커플이 맺어지지 않자 자신이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져 가는 것에 무척이나 우울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망인의 죽음의 소식이 언론을 타고 나오자, 어떤 누리꾼들은 망인의 자살원인이 방송에서 짝이 정해지지 않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것이라면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다른 한편의 누리꾼들은, 방송이 짝이 맺어지는 출연자들은 마치 승리의 주인공이 된 듯이 받들면서, 짝이 맺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비극적으로 묘사해서 마치 낙오자처럼 만드는 바람에 그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게 한 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가게 한 것이라면서 비난을 한다.

이는 자살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냐 아니면 경쟁심을 부추기고 비교하는 그래서 뒤처지는 경우에는 마치 개인의 부족해서 그런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사회제도 내지는 갈등문화의 문제로 보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만약 커플을 만드는 제작팀에서 짝이 맺어지지 않는 출연자들에게는, 각자의 달란트가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 그에 맞는 짝을 출연시키지 못해서 좋은 사람들이 짝을 찾지 못한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비록 그 방송에서는 자기 짝을 만나지 못했지만 출연자 각자에게 자긍심을 생겨나고 더 좋은 짝을 만날기회를 갖기 위해서 더 희망을 가지고 그 프로를 의미있게 마무리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각기 다른 성격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나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25%도 안된다고 한다.

각자의 성향과 기질도 다르게 태어난데다 우리의 문화구조는 감정표현조차 철저하게 제한을 하도록 교육받아왔다. 어린 아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피가 흘러도 울면 나약한 아이취급을 하면서,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울 때 ‘장사’라고 하면서 눈물을 거두게 만든다.

부모에게 억울한 말을 듣고 참지 못해서 화라도 내면 그 화난 아이의 심정을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화를 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야단을 맞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눈물도 화도 모두 속으로 삼켜야만 인내심이 있고 예의바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 수있었다.

상담집단에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이들은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조건 믿지 못하고 반대를 하거나 저항만하는 것을 멋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는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은 없이 그저 남의 눈치만 보고 비위를 맞추는 말을 하면서 의존적이고 복종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이나 무시나 소외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호의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반대로 어디를 가든지 화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과 실제 자기와의 거리가 큰 사람이 자기 뜻대로 분위기가 이끌어지지 않을 때는 갈등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자학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어왔던 다양한 체험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체험을 해보게 하면서 자기가 경험했던 체험들을 새롭게 이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자기성찰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짝에서 이러한 출연자들에게 이러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우선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자기 자신을 찾아내게 하고, 서로에게 맞는 배필을 찾아내도록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더 많은 커플매칭에 성공하는 것을 물론이고 더 유익한 공익프로그램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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