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판정을 향하는 마음이 무겁다. 재판부에서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모순된 것인데도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안은 이렇다. 혼인생활 10년차에 두 아들을 둔 아내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남편은 점점 더 교묘히 아내의 눈을 피해서 지속적인 불륜행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급기야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녀는 15년 동안 전업주부로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큰 아이와 아직 유아인 둘째를 양육하느라 혼신을 다하면서 살았다.

남편의 매월 급여는 평균 280여만원 상당으로 아내는 그 월급을 받아서 남편의 한달 용돈 50만원을 챙겨주고 남은 230만원으로 아파트 관리비며 대출이자와 아이들 보험료와 학원비, 병원비, 학원 수업료 등을 내고 나면 정작 먹고, 입는 데 사용하는 돈은 50만원 남짓이었지만 그녀는 이 돈으로 4식구의 식비와 경조사비 등을 감당하면서 알뜰하게 살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혼소송 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남편은 급여 이외에도 수당과 상여금으로 연간 2천만원 상당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남편은 그 돈에 대해서는 아내에게는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로 혼자서 쓰고 다니면서도 아내에게 별도의 용돈을 타갔던 것이었다.

그러던 남편이 그녀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자 급여이체 통장을 바꾸고는 아내에게는 생활비를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그녀가 당장 살 길이 막연해져서 이혼소송 중인 법원에 양육비지급에 대한 사전처분 신청을 하였는데, 법원에서는 서울가정법원에서 만들어 놓은 아이 일인당 양육비 산정기준인 5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아이 일인당 50만원씩, 두 아이에 대한 양육비 100만원으로는 그녀는 아파트 관리비와 아이들 병원비, 학원비를 내고 나면 당장 먹고 살 돈이 전혀 남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은 그 녀에게 100만원을 주고 나면 이혼소송을 제기당하기 전보다도 더 많은 매월 180여만원을 혼자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의 귀책사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아내가 아직 이혼판결이 나기도 전인데, 그 동안 살림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남편의 급여를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수령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한 마당에 내가 버는 월급을 줄 이유가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득이라고는 남편의 월급뿐인 아내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다면 당장 아이들과 생활을 해 나갈 수없게 되고, 남편이 지급하는 양육비 100만원으로는 먹고 사는 데 그 돈을 쓰게 되면 아파트 관리비며 아이들 보험료와 학원비는 낼 수가 없게 되어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부부가 자녀들과 백년해로를 할 수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서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자녀들에게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에는 그 자녀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그 동안 살고 있던 집에 대한 재산분할을 유보시키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자녀들에 대한 배려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도 생활의 최소한 안정을 보장해 주는 것이 되지만, 그 자녀들에게도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서 전학을 가야 한다든가 하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주는 것이다.

최소한 부부의 이혼 시에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판결이 나고 위자료나 재산분할로 일정한 금전적인 정산이 있기 전까지는 소득생활을 하던 자가 그 동안 지급하였던 생활비는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야말로 이혼소송 중에 양육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에 출산장려를 위해서 투입한 금액이 한해에 10조원 씩이나 되지만 출산율은 10년 전보다 더 떨어져서 1.18%라는 기사를 읽었다. 이러한 출산율 저하는 단순히 출산을 한 경우에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주는 것으로는 해결이 되지 못한다. 제도적으로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부부가 함께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경우에 필요한 양육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에는 그 한부모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여성가족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가칭 ‘양육비 이행기관’의 설립되어 양육책임자인 부모에 대한 상담, 양육비 채무자 소재 파악, 소득 및 재산조사, 자녀 인지청구소송등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한다고 한다.

기왕에 제도를 만들 바에는 이 사례와 같이 양육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도 함께 만들어지면 좋겠다. 자녀양육 문제는 더 이상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에 머물 것이 아니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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