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모든 동물 중에서 자식 기르는 방법을 가장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싶다. 세계 어느 나라라고 하더라도 학교교육의 방법론을 두고 시끄럽지 않은 나라가 별로 없다.

우리가 그렇게도 닮아 가려고 애쓰는 미국식 교육의 수장인 미국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기회 있을 때마다 코리아의 교육을 본받으라고 자국의 교육계를 향해 목청을 높인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교육계까지 대한민국의 교육을 부러워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우리가 열린 교육이라며 부러워하는 방임식(放任式) 교육의 원조(元祖) 국가들이 우리의 주입식교육의 효율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세계는 우리 교육 본받으려고 하지만…

그런데 막상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유난히도 평등주의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평준화가 교육의 중심가치가 된지 오래고 근자에는 사교육 타도를 마치 교육의 유일한 목표나 되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이 사회가 그러한 교육의 결과가 무엇인지, 그러한 결과는 왜 바람직하거나 또는 아닌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보기에, 이 나라 교육의 일반적인 최종 목표는 언제나 변함없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가 아무리 멱살을 잡고 싸워도 그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또한 그런 속에서 세계적으로 소문나면 안 될 것 같은 잘못들은 깊어만 간다.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 성추행, 교사들의 조직적인 분열과 부패, 교육 행정조직의 관료화, 학부모들의 과도한 개입, 학생들의 교사 경시, 비 인문계열 학생들의 학력저하, 학력 평가제도의 문제, 사교육의 문제, 교과서의 이데올로기 문제, 잦은 대입제도의 변경, 저질 교원의 문제,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 교육 재정의 문제 등등 도무지 정상인 것은 무엇이 남았을까 싶을 만큼 이 나라의 교육 현장은 마치 문제의 백화점이다.

아마 오바마를 비롯해서 남들이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어지럽다.

지자체 교육 최고 지휘자는 교육감

인류는 교육을 시키는 목표에서조차 각각의 사회가 통일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 자유주의적인 인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평등주의의 전사들을 길러 내야 한다는 교육관도 적지 않다.

흔히 듣기 좋은 말로 전인격적인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무엇이 전인격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딱 부러진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 전인격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과목을 얼마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정답을 가지고 있는 인간 사회는 없다.

“어린 아이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그는 무능력하고 무지하며 책임과 염치를 알지 못한다. 그것이 인간이 교육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가 천사라면 무슨 교육이 필요할 것인가”라고 갈파한 J. Ruskin의 표현은 인간에게 교육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아주 잘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율곡 이이 선생께서는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첫머리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성인(聖人)이 되고자 함에 있다고 해서 교육을 인간 완성의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식교육의 방법론은 여전히 명쾌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지방자치제의 최고지휘자가 교육감이다. 그는 이 모든 문제와 현장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교육자들을 지휘한다. “국가의 운명은 청년의 교육에 달려있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까지를 상기한다면 얼마나 감당하기 송구스러운 자리이겠는가.

인천의 보수와 진보진영이 나뉘어 이러한 교육감의 자리에 나설 후보를 고르고 있다.

진보 쪽에서는 벌써 투표를 거쳐 후보를 단일화했다는 소식이다. 교육계 수장의 자리가 본격적으로 양 편으로 나뉘어 정치화하는 모습이다. 이제 이 사회의 교육현장은 본격적으로 교육감의 소속에 따라 진보적이었다가 보수적이었다가 춤을 추어야 할 모양이다. 지난 4년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교육계 수장 선거전 정치화하는 모습 씁쓸

아마도 교육감의 지휘가 영향을 미치는 초중등교육 과정은 각 개인들이 성인(成人)으로 독립하기 위하여 사상을 식별하고 생계를 개척하기 위한 일반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정도로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의 가치 형성과정을 독선적으로 지배해서는 안 될 것이고 가치 편향적인 정치인이 그러한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표와 어마어마한 선거비용에 찌든 교육감을 상상한다는 것만으로 짜증나는 일이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이런 짓을 해야만 하나. 후보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까.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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