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등학교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해서 진행하는 진로지도 교육이 한창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게 하기 위해서, 실제로 그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해당 직업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 진로교육 현장서 많은 것 느껴

 
나는 특별히 재판시간과 겹치는 등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로지도 강의요청을 거절하지 않아서인지 한 해에 수 십개의 학교에 초대를 받아가서 강의를 하는 진로지도교사들에게는 꽤나 인기있는 강사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이야기보다는, 법조인이 하는 일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와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2016년이면 사법고시제도가 폐지되고, 지난해부터 배출되고 있는 로스쿨을 통해서만 법조인이 된다는 이야기이며,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자세에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간혹 시간이 허락되는 때는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고시공부를 하게 된 경위나 현재 변호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된 이야기나 힘든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강연을 하다보면 학생들에게 변호사업계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망설여지기도 한다. 직업으로서 변호사도 생활을 위해서 취업을 하거나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해야 하는데, 현재 변호사업계는 변호사의 공급과잉으로 사법연수원을 나오거나 로스쿨을 졸업해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해도 과거와 달리 쉽게 취업이나 개업이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꿈을 설계하고 각자의 적성을 찾기 위헤서 눈을 똘망똘망 뜨고 듣는 아이들에게 변호사업계의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어서 미리부터 걱정을 하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그 대신 능력있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법학만을 공부해서는 안되고,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주변학문을 부지런히 공부해서 법조인 중에서도 특별한 전문분야를 공부한 법조인이 되어야 능력을 인정받을 수있다는 이야기로 대신한다.

또한 법조인이라고 해서 단순히 법전에 있는 내용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이 만들어진 취지나 법철학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하나, 이로서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본질이 어디까지 전달이 될 지는 의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억 되살려 보기도 해

진로강의를 마칠 때쯤이면, 아이들은 나름대로 미리 준비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다. 학생들의 질문은 워낙 다양한데, 변호사를 하면서 보람된 사건은 어떤 것이 있었느냐, 어려웠던 사건은 어떤 것이 있었느냐는, 강사가 모범답안을 생각해 가지고 있는 쉬운 질문에 대해서는 준비했던 사례를 이야기해주면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변호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버느냐, 혹은 판·검사보다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능력에 따라 다르다는 말로 대신한다. 어느 학생은 아무리 의뢰를 받고 변호를 하는 변호사지만 흉악범을 변론할 때는 정의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변론하기 싫은 때는 없었느냐는 제법 철학적인 질문을 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평상시에는 변호사로서 사건을 의뢰한 내담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성실한 변론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기억들을 되살려 보기도 한다.
 
혹시나 변호사로서 하기 싫은 변론을 의뢰받았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변론을 억지로 한 일은 없었는 지, 변론을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변론을 한 일은 없는지, 뭔가 변론에 부족함이 있어서 재판결과가 흡족스럽지 않은 경우는 없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집어 물어보기도 한다.

세상 일 법전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아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발생하는 갈등의 사례를 보면, 법전만 들이대서는 해결이 어렵거나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듯이 보여도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는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더 큰 분쟁을 잉태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족간의 분쟁이라든가 친한 사람들 간의 감정이 얽힌 사건에서는 법률적인 분쟁의 이면에 내포하고 있는 감정을 풀어주면 쉽게 해결이 되는 경우를 본다. 서로 상한 감정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법률적인 판단만을 하는 것은 새로운 분쟁이나 원한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학문의 융합은, 과학이나 정치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법률이 심리학·철학과 만나서 융합 변론이나 융합 판결로 나타날 때, 사회갈등의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할 수있다고 본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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