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협약은 물새 또는 동식물서식처의 핵심공간인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1971년에 만들어진 국제환경협약이다. 2008년 창원 총회 개최를 계기로 국내 18개의 습지가 등록관리되고 있고 최근에는 인천의 송도습지, 한강하구습지, 천수만일대 습지 등이 새로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루영박사는 람사르협약 사무국 동아시아 담당자로서 2013년 순천 세계정원대회의 관련 행사로 진행되었던 국제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가 송도국제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EAAFP(동아시아 오스트리아 철새이동 루트 파트너쉽)의 주관으로 개최된 청소년 인식증진 프로그램에서 특강하기 위해 인천에 머물렀다. 그 후 서천 천수만일원, 서울시내 도심 습지 등을 답사하면서 국내 전문가 및 시민들을 만나고 갔다.

나는 그의 강의를 2회 듣는 기회를 가졌다. 그 중 홍콩 마이포습지 주변 사유지 관리 사례는 개발과 보전의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람사르습지에도 등록된 마이포 습지는 영국인들이 홍콩을 관할하면서 해안염습지를 대상으로 수많은 연구와 보전활동을 전개해온 습지이며, 우리 인천관내에서 번식하는 저어새가 겨울을 보내는 대표적인 습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이포 습지 주변으로는 수많은 농경지, 특히 새우양식장 등의 사유지가 넓게 분포해 있다.

홍콩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보다 먼저 초고층 아파트가 일반화될 만큼 토지는 엄청난 재산적 가치를 갖는 귀중한 자원이다. 이러한 홍콩에서 사유지인 새우양식장이 현재까지 고층 아파트용지나 산업용지로 전용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이야기로 느껴진다.

최근들어 마이포습지 경계부에 위치한 사유지에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즉, 사유 토지의 95%를 습지로 복원하고 5%만을 중층아파트 부지로 개발하기로 토지소유자와 시민단체, 홍콩정부가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사유재산 보호가 지상의 최고 가치로 인식되는 대한민국에서 자라고 생활해온 나로서는 95%의 사유지를 습지와 습지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 양보한 홍콩 마이포습지의 사례는 쉽게 이해되거나 접수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따라서 강의중에 재차 사실관계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어떤 토지이용규제가 있었기에 토지소유자의 양보를 이끌어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답변은 법과 제도라기보다는 홍콩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의지를 바탕으로한 토지이용허가권이었다고 한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유역권을 갖는 한강의 하구에 있으며 넓디 넓은 갯벌을 보유한 해안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자연이 풍부할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개발과 갯벌매립 등으로 자연의 영역은 줄어들고 인간의 영역은 확대되어 왔지만 아직도 자연은 인천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자연은 송도갯벌에 저어새와 검은머리물떼새, 수많은 도요물떼새를 보내주고 있으며 아파트가 한창 들어서고 있는 청라국제도시 주변에도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겨울이면 기러기, 오리들이 찾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에 있는 안암호에는 겨울철 진객인 큰고니(백조)가 찾고 강화남단 동검도 일대에는 인천시의 상징인 두루미가 20여마리 찾아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발과 보전의 문제가 갈등을 빚을 때 개발에 95%, 보전에 5%의 중요도를 두지 않았나 싶다. 올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가오는 10년 내에는 우리도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데 95%의 중요도를 부여하길 희망해 본다.

송도국제도시에 입지해 있는 EAAFP를 비롯해 WWF(세계자연보호기금), 람사르협약사무국 등 세계의 눈과 관심은 인천에 많은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관점과 우리의 일에 몰두한 결과 그들의 눈길과 관심을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주변을 돌아보면서 그들과 함께 같은 지향점을 찾아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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