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철 (사)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

유목민 늘 누구에게 기대는 습성, 홀로서는 힘 필요
상식에 어긋나면 독하게 꾸중, 더불어 사는 법 가르쳐
국내기업과 공정무역 구상…현지인에게 꿈 심어줄 것

▲ 이신철 (사)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
그가 몽골생활 1년 만에 잠시 인천에 들렀다. 몽골로 떠나기 전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이었던 그의 직함은 (사)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깥세상의 물정을 보고, 새로운 세상에서 몸으로 부딪쳐서일까? 그의 생각은 넓고 깊어졌다. 글로벌 프론티어의 기운이 느껴졌다.

작년 11월, 이신철(54)지부장은 몽골로 훌쩍 떠났다. 말이 씨가 된 것이었다. 그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과 친구사이다. 푸른아시아는 인천시·수원시·고양시·경남도 등 자치단체나 카스(cass) 등 국내 기업들의 후원으로 몽골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 이 지부장도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몽골을 자주 갔다 왔다. 인천시가 2008년부터 몽골서 ‘인천희망의 숲 가꾸기’사업을 벌여왔던 터였다.

“몽골의 인천희망의 숲 가꾸기 사업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나무를 가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사람을 키우는 일인데, 나무 심는 일에 팔려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더라구요.” 그는 몽골 나무심기를 하면서 늘 주창한 것이 있다. ‘몽골 현지 주민들의 자립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몽골인의 습성을 익히 알고 있는 오기출 사무총장은 이 지부장에게 물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고. 이 지부장은 호기로 맞받아쳤다. “몽골도 사람 사는 곳인데 안 될 일이 뭐가 있겠노? 그것은 지도자가 하기 나름이지….” 이 지부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 사무총장은 ‘옳거니’하고 쾌재를 불렀다. ‘그래? 그럼, 네가 몽골에 가서 그 일 좀 해.’ 오 사무총장은 이 지부장에게 끈질기게 매달렸다. 이 지부장은 뱉은 말을 책임져야 했고, 끌려가다시피 몽골로 향했다.

“유목민족인 몽골인은 늘 누구한테 기대는 기질이 있어요. 하다못해 몽골을 위해 나무심기 사업을 하는 NGO한테도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니 약국이라도 차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손을 벌리기도 해요. 서글픈 것은 그것이 잘 못된 생각이라는 인식조차 못한다는 점이죠.”

이 지부장은 몽골 5군데 지역에서 모두 400㏊규모의 조림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이 서로 떨어져 있고, 넓다보니 몽골 현지인 140명을 고용해 관리하고 있다.

“이런 일도 벌어졌어요. 몽골 현지인한테 조림지역 담장을 쌓는 벽돌 관리를 맡겼는데 벽돌이 없어진 거예요. 알고 보니 그 현지인이 700만원 어치 벽돌을 150만원에 팔아넘긴 겁니다.” 이 지부장은 그 현지인을 당장 해고했다. 같은 동포라고, 나머지 현지인들은 ”자르면 안 된다’며 울고불고 야단났다.

이 지부장은 몽골 현지인들을 모두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그 사람을 다시 채용한다고 치자. 그럼 벽돌 값은 누가, 그리고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황당한 것은 현지인들의 말이었다. “그 현지인한테 300만원만 받고 없던 일로 하면 안 될까요!”

 
이런 일도 있었다.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조림지역에 현지인 3명을 한 조로 꾸려 출장 관리를 시켰는데, 한꺼번에 모두 사라졌어요.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도 안 돼 해고했죠.” 유목민족의 습성이 발동한 것이었다. 놀기 좋아하는 이들은 출근도 팽겨 치고 3박4일 동안 술을 퍼 마신 것이었다.

“5일쯤 지나니까 그 중 한 사람이 사무실로 나오더니 주급을 달라는 거예요. 나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술을 먹고 있고, 술값이 떨어지자 한 사람을 시켜 밀린 주급이라도 챙겨서 오라고 한 짓이었어요.”

이 지부장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현지인들을 독하게 몰아부쳤다. 그런 덕에 현지인들은 심은 나무가 커가는 만큼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서서히 행동으로 옮겼다.

“모래 위에 심은 나무에서 열매가 영글어요. 그 열매가 돈이 된다는 것을 깨우친 현지인들은 도시로 떠나기보다는 내 고향을 지키며 살려고 합니다.” 낮은 수준이지만 자립구조가 갖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심은 지 3년째부터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6년 된 나무 한 그루에 5kg정도 열매를 딸 수 있다. 바양노르 솜에 심은 유실수에서 400만원어치의 열매가 달린다.

이 지부장은 국내 기업과 공정무역을 구상하고 있다. 가공공장을 차려 ‘베리’ 열매를 다듬어 한국과 수출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열매를 판돈을 현지인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다. 몽골 현지인들에게 더 큰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내년부터 닭도 키울 작정이다. 모래벌판이 파릇파릇해지자 전에 없던 벌레들이 나타나고 있다. 벌써 9종의 미 기록 벌레가 생긴 것으로 공식 보고됐다. 밤에 전등을 켜놓으면 시커멀 정도로 창문에 벌레들이 달라붙는다. 벌레를 먹이로 닭을 키우면서 유기농을 할 참이다.

“몽골서 나무심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나무는 심기만하면 저절로 크는 줄만 알았어요. 영하 40도로 떨어지는 몽골의 기후를 생각지도 않은 거죠. 심은 지 3년이 다 된 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는 겁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심은 나무가 암나무가 아니라 죄다 수나무였어요.”

오는 23일 몽골로 떠나는 이 지부장은 앞으로 2년을 더 몽골서 머물 계획이다. 건강한 몽골 숲을 위해 수나무를 솎아내듯 더 큰 재목을 위해 자신을 비울 생각이다. 그 빈자리를 새로움으로 채울 것이다.

“2년 뒤에는 인천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는 인천서 해야 할 일이 꼭 있다.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이다. 그것은 아이템으로 수익을 쫓는 그런 협동조합이 아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숨 쉬는 그것, 그가 그리는 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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