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성격은 복잡하고 다양

대인관계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향이 나와 비슷해서 상대가 말하는 말투나 행동하는 태도, 습관 등이 서로 비슷하거나 맞아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있는 때는 비교적 편하다.

 
각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온 것이 다르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것도 다르기 때문에 복잡하고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각기 성격과 성향이 다른데다가 각자가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보면, 어떤 때는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신통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대화 상대가 자주 마주칠 일이 적고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사람인 경우에는 적당히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갈등을 피할 수있지만, 배우자이거나 자녀들인 경우에는 한 집에서 항상 부딪쳐야 하는 대다가,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잘 이해받을 수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보태지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처방법으로 인한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경우를 본다.

부부갈등에서 발견되는 NG사례는 몇가지 유형이 있는데, 가장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기대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것이다. 겨울 휴가철에 휴가장소를 정하는데 바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이 바다로 가자고 하면서 ‘남쪽은 인천보다 따뜻하고 춥지도 않으니까 남해바다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아이들과 스키장을 갈 생각을 하고 있던 아내는 ‘추운데 무슨 바다냐, 겨울 바닷가에 가봐야 한적하고 사람구경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런 곳에 가서 왜 아까운 휴가시간을 죽이냐, 겨울에는 눈을 즐길 수있는 스키장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지 않겠냐’면서 단호하게 거절한다.

아내는 스키장에 가고자 하는 자신의 기대가 남편의 바다낚시를 가고자 하는 기대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이고 중요하다면서 남편의 기대를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남편은 바다낚시를 하고 싶다는 의도를 전혀 노출시키지 않았고, 아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키장에 가서 남편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숨긴 채로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다 보니 서로 상대를 무시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겨울휴가, 바다낚시와 스키장의 충돌

위 사례에서 겨울휴가에서 바다낚시를 할 수없을 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느낀 남편이 아내의 의도를 꺾게 하려고 ‘당신은 항상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릴 생각만 하냐, 가족끼리 오붓하게 휴가를 보내면 좋지 않냐’고 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당신이야 맨날 밖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지내지만, 늘 집안에서 당신만 쳐다보고 사는 내가 휴가 때라도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항의를 한다면 두 사람의 진정한 의도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각자 자기 의도만 관철시키려고 싸우는 것이 된다.

이 경우에 급기야 부부싸움까지 벌어지고,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은 아내는 다른 방으로 가버리고, 화가 난 남편은 ‘그래 좋다, 그러면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테니,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면서 소리를 질러댄다면 어떻게 될 까. 남편이 화를 내는 밑바닥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해 달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내 욕구를 충족할 것이다’라고 하는 협박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쯤에서라도 서로가 속내를 이야기하고 상호양보를 얻어내면 다행이지만, 한걸음 더 나가서 ‘당신은 평생을 그렇게 자기 고집만을 부리고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한번도 해 준 적이 있냐’고 항변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한번도~~’라는 말에 걸려서, ‘당신은 항상 자기 하고 싶은대로 만 할려고 하고 그 때마다 내가 맞춰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서로가 지난 과거에 서운하고 싫었던 상황까지 까지 들추어내면서 큰 소리를 내게 되면 다툼의 장은 점점 더 커진다.

‘겨울휴가 정하기’라는 즐거운 계획을 정하기 위해서 시작된 대화가, 서로의 의도를 숨긴 채로 상대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바람에 결국 ‘갈 때까지 가보자’라는 끝내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너무나 아쉬지만 의외로 많다. 다행히 나중에라도 각자가 가진 의도를 이야기해서 이해를 구하고 타협선을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끝까지 두 사람이 자기 고집만을 부리면서 다툼을 키우는 경우에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있고 설령 그런 상황에서 휴가를 간다고 하더라도 여행의 즐거움은 이미 반감된다.

이해시키려는 진정한 의도 숨기지 말아야

부부 갈등으로 이혼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다툼 내용을 보면, 큰 일에서 상처를 받아서 찾아오는 경우보다는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려는 진정한 의도를 숨긴 채 자기의 의도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다가 싸움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있다. 모름지기 진정성어린 대화란 정치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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