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계모와 전처소생의 자녀 사이가, 1990년 개정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법률상 모자관계가 인정되었던 것이, 민법 개정으로 모자관계가 아니고 인척관계로 되었다는 글을 기고했더니 ‘정말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민법이 개정되어서 시행된 지 벌써 사반세기가 되고 있어도 아직 우리 정서에는 계모자 관계도 법률상모자관계가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기왕에 부모자식관계에 대한 문제를 한번 쯤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래 민법에서는 계모자 관계만이 아니라, 적모서자 관계 즉, 본처가 있는 상태에서 남편이 외도를 해서 출생한 서자와의 사이도 법률상 모자관계가 인정되었다. 법률상 모자관계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이들 사이는 친생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 부양의무가 있고,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친권에서 파생되는 법정 대리권·동의권이 있고, 부모가 사망시에는 자식에게 상속권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에는 계모와 적모에게 친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생모는 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개정 민법에서 이런 계모자관계나 적모서자관계에 대해서 법률에서 모자관계를 인정하지 않다보니, 지금은 이들 사이는 부모자식관계가 아니라 단지 인척관계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인척관계라는 것은 혼인을 통해서 맺어진 관계로, 아버지의 혼인을 통해서 나와 인연이 된 사이인 ‘계모와 나’ 사이는 단지 ‘아버지의 아내와 나’ 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간에는 서로 법률상 부양의무도 없고, 계모는 남편의 전처 소생의 자녀에게 친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계모가 사망을 해도 상속권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계모와 전처 소생의 자녀 혹은 적모와 서자 사이에 법률상 부모자식관계가 인정되게 하려면 그 자를 입양해야 한다. 이렇게 입양를 하게 되면 양모자 관계가 인정되고 입양을 하게 되면, 양부모는 친생부모에 우선해서 그 양자녀에게 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친권이라는 것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 자녀에 대한 살 곳을 정할 권리,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권, 자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의무 등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양모인 계모와 적모가 사망시에는 그 자녀에게 상속권이 발생한다. 물론 계부와 처의 전 남편소생의 자녀사이에서도 입양을 하게 되면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자녀를 입양을 할 때는 성년인 자의 경우에도 반드시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고, 일단 양부모가 되게 되면 자에 대한 권리의무가 친생부모보다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입양제도의 특이한 것이 있다. 지난 2005년에 민법을 통해서 도입된 것으로 친양자제도라는 것이 그것이다. 친양자제도는 입양자를 친생자처럼 법이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주로 미성년인 어린 아이를 친부모처럼 양육하고 싶어하는 경우이거나, 배우자의 전혼관계 자녀를 친생자녀로 양육하고자 하는 부부들에게, 그자에게 ‘양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친생자녀로 등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경우에 활용된다.

친양자의 입양조건은 일반 입양보다 까다로운 요건을 필요로 한다. 우선 두 부부가 3년 이상 혼인 중이어야 하고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을 해야 한다. 다만, 두 부부의 한쪽이 배우자의 전혼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혼인 중이면 허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에는 당연히 친부모 아닌 부 또는 모만 입양을 하면 된다.

이 경우에 친양자가 될 사람은 미성년자여야 하고, 그 친부모가 친권을 상실하거나 그 소재를 알 수 없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친생부모가 친양자 입양에 동의해야 한다. 만약 그 친생부모가 정당한 이유없이 동의나 승낙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재판을 받아서 입양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친양자 입양청구가 들어오면, 친양자가 될 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상황, 친양자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청구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일단 친양자로 된 경우에는 그 자녀는 두 부부가 혼인 중 출생자로 된다.

이렇게 친양자로 된 자녀는 부부의 일방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단독으로 입양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 및 그 친족과 친생자간의 친족관계가 존속하지만, 그 외에는 입양 전에 있던 친족관계는 종료하게 된다. 따라서 친부모와의 관계가 법률적으로 단절되게 되는 신분상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므로 반드시 친생부모의 동의나 승낙을 받게 하면서 가정법원이 개입하게 된다.

만약 친생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하여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법원의 허가에 의해 친자식의 다른 사람의 친양자로 되는 경우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법원에 친양자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친양자제도가 민법에 도입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혼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서 전혼관계의 자녀를 데리고 재혼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 때 전혼자녀와 재혼부부 사이의 자녀가 의붓자식 취급을 받게 됨으로서 청소년 자녀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고 이로 말미암아 비행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보자는 데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친양자제도에 의해서 양자를 친자식처럼 키우기로 하고 친양부모와 양자가 된 경우에도 파양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 하나가 양부모가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와 친양자가 양친에 대한 패륜행위로 인하여 친양자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된 때를 설정하고 있다.

더 딱한 경우는 배우자의 전혼관계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을 한 재혼부부가 또 다시 이혼을 하고는 친양자를 파양하겠다는 신청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재혼부부의 입장에서는 자기와 피 한방울 나누지 않은 배우자의 전혼관계 자녀를 이혼을 하는 상태에서 책임지기 싫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친양자제도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단 친양자로 된 자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되는 일이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러한 경우에 파양이 인정되어서는안될 것 같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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