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월13일 가족법에서 재산분할청구제도가 도입되기 전 부부가 평생을 해로하다 헤어져도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있는 권리가 없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의 재산관리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과거 부부의 재산보유 관행은 혼인기간 중에 모은 재산은 당연히 남편 이름으로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 때는 남편명의로 모아놓은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아내는 이혼할 때 재산분할청구는 할 수없고 단지 위자료를 산정하는데 약간의 참고사항이 되었을 뿐이다.

과거 혼인기간 모은 재산은 당연히 남편 몫

재산분할청구제도가 도입되고 이혼 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해지고 아내가 이혼을 청구해 올 태세를 보이는 경우라면, 재산을 나누어줄 것을 염려한 남편은 다른 사람명의로 재산을 이전시켜 놓는 것이 다반사였다.

일단 재산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이전되고 나면, 남편명의로 재산을 되돌려 놓아야만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있으므로 이를 되찾아 놓기 위해서 두 개의 소송을 해야 했다. 그 하나는 민사소송으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이 소송을 채무자가 채권자의 빚을 변제하지 않기 위해서, 채무자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매 등으로 정상적인 거래를 가장하여 이전시켜 놓는 경우에, 채권자가 이 거래를 취소하도록 하는 소송이다)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사소송으로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청구를 해야 했다.

이런 두 번의 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서 2007년 12월21일 민법에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있는 제도를 신설하였다. 그 내용은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해함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민법상 사해행위취소소송 절차에 따라 그 거래관계의 취소를 구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제도가 시행되고 일주일 쯤 지나서였는데 이에 딱맞는 사건을 상담했다. 그 내용인 즉, 쌍방이 재혼인 가정으로 혼인 생활을 한 지 40년이 지난 노 부부였는데 두 사람은 각기 사별을 하고, 남편은 전처와 사이에 난 아들 4명을 키우고 있었고, 아내는 전 남편 소생의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두 부부는 처지가 비슷해서 서로 위로가 되겠다는 생각에 만나서 혼인을 하고는 이미 자녀가 6명이나 있었으므로 더 자녀를 낳지는 않고 40년을 살았다.

두 사람은 별로 가진 것이 없이 만났는데 8명의 대식구가 먹고 살기 위해서, 남편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성실하게 섬에서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였고, 아내는 억척같이 농사도 짓고, 남편이 잡아온 고기를 잘 손질해서 부가가치를 올리면서 팔아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

두 부부는 그렇게 번 돈으로 여섯명의 아이들 대학공부도 시키고, 모은 돈으로 인천에 땅도 사고 상가도 사서 세를 놓아서 제법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40년 동안 친자식처럼 키웠건만…배신

아내는 남편의 전처 소생 자녀들을 친자식으로 알고 키웠다. 1990년 개정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남편의 자녀들과 계모 사이에서도 법률상 모자관계가 인정돼었다.그런데 1990년 재산분할제도를 신설한 민법에서는, 계모자 관계를 폐지시켰다.

민법개정으로 그녀는 젖먹이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아직 어린 아이였던 전처 소생의 네명의 자녀를 40년 동안 정성을 다해서 키웠건만, 그 자식들과의 법률상 모자관계가 끊어지고 인척관계관계로 되게 되었다. 그녀는 그런 법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자녀들을 곱게 양육하였고, 아이들도 친엄마로 알고 그녀를 잘 따라주었다.

그런데 왠일인가. 얼마 전부터 80살이 넘은 남편이 건강이 안좋아져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 남편이 큰 아들네 집에 가서 좀 지내다오겠다고 하더니 한 달이 지나도 안오고 두 달이 지나도 집에 올 생각을 하지 않더니, 세달 쯤이 지날 무렵에 느닷없이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장이 날라왔다.

이혼이유는 아내가 병든 남편에게 밥도 안해주고 구박을 하는 바람에 남편이 같이 살 수가 없어서 큰 아들의 간병을 받으면서 살고 있으니 더 이상 아내와 혼인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재산에 욕심 내다 자기 꾀에 빠지다

아내는 놀라서 남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남편은 묵묵부답이었고, 자식들도 대화를 피하였다고 한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남편의 재산상황을 알아보았더니 남편명의의 모든 재산이 남편이 큰 아들 집으로 간 이후에 4명의 자녀들에게 모두 증여된 상태였다. 그녀는 너무 당황해서 전처 소생자녀들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으냐’고 항의를 하였지만 태도가 변해버린 네 자녀는 당신이 우리에게 해 준게 뭐가 있느냐는 대답이었고, 남편은 나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정은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자 전처 소생의 자녀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실 경우에 계모에게 상속될 재산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를 큰 아들이 모시고 가서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도록 하고는, 계모가 아버지를 구박해서 사실 수가 없다면서 이혼소송을 제기해서 빈 손으로 그녀와 이혼을 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지난 40년 동안 키운 자녀들에게 배반을 당했다는 생각에 분한 생각에 치를 떨었다. 마침 신설된 민법 덕에 가뿐하게 아버지와 자녀들의 증여행위를 취소시키고 그녀는 남편 재산의 절반을 분할받을 수가 있었다. 남편은 이혼소송이 끝나고 불과 1년도 못살고 죽었는데 그 자녀들은 아버지의 나머지 절반의 재산을 각기 상속받았다. 차라리 아버지를 그냥 계모와 사시게 두었다면, 아버지의 명도 길게 하고 자식들의 상속분도 더 늘어날 수있었던 상황이었다.

최근 연일 계모의 전처 소생에 대한 가혹행위와 심지어는 성추행사건까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혹시나 이런 사건들이 계모자 관계에 대한 법률상 모자관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 까하는 의구심가져 봤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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