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생활문화에서 TV의 영향을 뺄 수는 없다. TV프로그램 중 인터뷰나 토론 장면을 자주 접한다.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의 의견을 듣노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며, 자주 틀려 수정을 되풀이 하거나, 질문에 맞지 않는 답, 즉 동문서답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한국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한국말인데도,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올바로 정리되지 못하고 논리정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진정 무엇이 소중한가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오래 살고 오래 앓는 시대, 행복한 말년 준비 됐나요?’라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 10년 사이 평균 수명이 3년 늘었지만, 그 중 2년은 질병과 함께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었다. 즉, 무병장수가 아니라 유병장수 시대를 맞이하면서 국가의 비용지출 증가는 물론 병마와 싸우는 인생 말년을 예시했다.

미국에서 흔히 겪는 경험이 있다. 일부 동네 마켓에서는 물건 값을 지불할 때, 그들 주머니 속 돈을 모두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계산원이 물건 값을 집어 들고, 나머지를 다시 돌려준다. 이 현상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인 미국에서도 산술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꽤 있다는 뜻이다.

위 세 가지 사건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누구나 한글을 잘 쓰고, 잘 읽으며, 잘 듣고, 잘 말하는 등 적절한 한국어 표현 능력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두 번째는 체력 단련의 중요성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수명은 병마와 함께 늘어나는데, 이는 국가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그 비용은 우리 후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러한 비용의 대물림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란 전 국민이 어려서부터 건강한 체력을 갖추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수반되는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 등의 산술 능력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올바른 국어사용, 체력단련 및 산술 능력이라는 기본. 이러한 기본을 갖추는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목표는 없다. 반면에 초등교육의 목표는 ‘학생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배양과 기본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로 돼 있다. 또한 몇 줄의 추가 목표가 정리되어 있으나 초등학생에게는 문장이 너무 길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선진국의 교육목표와 초등학교 교육을 보면 보편적으로 쉽게 표현됐고, 추구하는 내용이 비슷하다. 미국의 교육 목표는 ‘창의적 지성과 인성의 집합체로 육성하여 자유를 누리게 한다’이다. 초등학교 교육목표는 ‘국어(영어)를 잘 읽고 쓰며, 수학 능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다.

영국의 교육목표는 ‘능력 개발과 발휘를 통해 사회에 이익이 되는 시민 육성’이다. 초등교육의 목표는 ‘창의적 인재육성’인데, 창의 인재란 ‘책을 고르고 활용하는 선택능력이나 책을 읽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사람’으로 정의됐다. 즉, 독서교육을 통해 육성된 창의적 인재는 상상력과 열정을 가지며, 논쟁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지니게 한다.

교육목표란 사회생활에 적합한 인격체 육성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교육목표를 ‘사회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인격체 육성’으로 제안하면 어떨까? 또한 초등학교 교육목표로 여러 가지가 설정될 수 있지만 우선순위에 따라 다음을 제안한다. 즉 ‘국어의 적절한 사용, 체력단련 그리고 산술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대한민국 국민이 건강하고 건전한 일상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가 될 것이다. /최순자 WISET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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