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지난 9월말에 채택한 5차 평가보고서는 지금까지의 기후변화에 관련한 수많은 분석자료들의 결정판이며 현재까지의 토론과 논의를 포괄하는 가장 객관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IPCC 5차 평가보고서에 담긴 미래 전망 숫자보다는 평가보고서의 채택과정에서 도출된 ‘피할 수 없는 미래상황의 인식과 준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IPCC 5차 평가보고서는 인간의 행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95%라고 명시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 가설은 앞선 보고서에서는 개연성만이 제기됐다가 4차 보고서에서 90%까지 올라갔다. 이번에 명시한 95%라는 수치는 가설 오류 가능성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짐으로써 가설이 거의 맞다는 의미다.

둘째, IPCC 5차 보고서는 탄소가 1조톤 누적 배출되면 지구온도가 2℃를 넘길 수 밖에 없고 지구온도가 2℃ 이상 높아지면 시베리아 동토층에 묻힌 메탄가스가 대기 중에 배출돼 지구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까지의 탄소누적배출량이 5천300억톤이기 때문에 앞으로 탄소를 4천700억톤 이내로 배출해야만 지구온난화를 통제할 수 있는 셈이다.

셋째, 향후 탄소를 4천700억톤 이내로 배출하려면 현재까지 매장이 확인된 지구상의 석유와 가스의 15~18% 밖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은, 기후변화에 의한 파국을 우려하며 ‘글로벌 탄소예산(Global Carbon Budget)’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별, 부문별, 년도별 탄소배출량을 설계하고 규제하게 될 가까운 미래와, 세계 10대 기업 중 6개 기업이 석유가스 관련기업인 지금의 현실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넷째, 앞서의 탄소예산(carbon budget)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져 지구가 최악의 기후변화를 피할 수 있는 탄소배출 상한선이 국가 또는 부문별로 설정되면, 지금까지 많은 국가들과 에너지 다소비업종에서 탄소삭감목표의 단골 수식어로 사용해오던 BAU(Business as Usual)라는 숫자놀음 자체가 더 이상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어진다.

지금까지 IPCC의 평가보고서는 과학과 정책이 결합된 내용으로 교토의정서와 유엔기후변화협약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는데,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의 총량규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제 회계자문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8년 사이에 누적된 전 지구적 탄소예산 초과치, 즉 ‘탄소부채’가 130억톤에 이르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의 탄소예산이 그보다 16년 앞서 2034년에 조기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 역시 전 세계의 탄소예산은 30년 안에 초과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00개국이 2015년까지 지구온난화에 맞서기 위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유엔 미래보고서에 동의한 상태이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지구촌의 총력적인 노력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칫 앞으로 몇 년 동안의 과도기에 우리 정부가 잘못된 정책결정을 한다면 향후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이처럼 기막힌 가까운 미래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석탄 화력발전을 원전의 대안으로 설정한 국가에너지정책과 눈앞의 배기가스나 온실가스는 없을지언정 막대한 전력 생산을 부추기게 될 전기차 보급정책 등을 핑계 삼아,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온실가스 배출총량 할당에서 배려해 달라’고 국제사회를 향해 하소연해본들 설득력이 있을까? 정치적 언사와 ‘척’하는 제스처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대처하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시기가 눈앞에 와 있다.

따라서 인천 시민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GCF 본부 유치는 참으로 소중한 전환점이어야 하며, 유치과정의 공약과 약속이행에 대한 책임과 격에 맞는 후속조치들이야말로 진정 묵직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조경두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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