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설.

거리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설 준비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인기품목 중 하나인 선물용 식품을 제조하는 이들은 재료준비와 제품 포장 등으로 하루하루가 분주하기만 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올 설에는 인천에서 오랜 세월 전통을 이으며 손맛을 지켜온 우리 지역 장인들 제품으로 귀한 선물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손틀기계로 국수를 만들던 아버지에 이어 여전히 전통방식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는 권오길씨. 화학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기계로 손맛을 살려 면을 뽑아낸다. 건조·숙성도 자연방식이어서 그로서는 번거롭지만 고객들로서는 제대로 된 우리 국수를 맛볼 수 있으니 호사다.

국수색은 매우 다양하다. 호박, 검정쌀, 백년초, 쑥, 메밀, 파프리카, 녹차, 다시마, 감자로 색과 맛을 낸 울긋불긋 아름다운 면은 수 년 전 모 방송국의 주말드라마에서 집중소개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어느 국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천연재료에서 풍기는 향이 국수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듣는다.

국수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생산도 거부한다. “대중음식점에서도 요청이 있지만 거절합니다. 돈을 벌려고 마구 만들다보면 정작 국수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희 국수만 찾는 분들에게 변함없는 맛을 드리는 것이 바로 그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겠습니까.” 비난이나 항의라고는 없이 ‘맛이 너무 좋고 색도 아름답다’는 칭찬 일색의 제품구매 후기는 ‘국수를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한다며 웃는다.

명절때면 중앙 부처, 대기업은 물론 개인들의 주문이 많다.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는 흔한 명절 선물보다 고집스럽게 대를 이으며 지켜온 옛맛을 찾는 이들 때문이다. 느끼하고 기름진 명절 뒤끝, 담백하고 칼칼한 국수가 제격인 점도 한 몫 한다.

만두피도 독특하다. 역시 천연재료로 색과 맛을 내는데, 오랜 노하우로 탄생한 만두피는 여간해서는 찢어지거나 터지지 않고 질감도 매끈해 설에 특히 인기다.

최근 찾은 가게에서는 벌써 선물용 포장이 한창이었다. 밀린 물량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2월4일까지는 주문을 해야 설에 맞춰 선물을 전할 수 있다고 한다.



옥련동으로 시집 와 시부모 봉양하며 자식 낳아 기르고 살아온 김창희씨(65).

활발하고 적극적인 봉사활동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전통한과 등 우리 음식을 아주 잘 하는 이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요즘은 보기 드문 한옥에 살며 꽤 오래전부터 그는 조상들이 해오던 폐백, 이바지음식 등을 만들어왔다.

젊어서부터 관심이 많아 찾아다니며 열심히 배운 덕에 맛이면 맛, 색이면 색, 모양이면 모양 어느 하나 내로라하는 선물세트에 뒤지지 않는다. 인천농업기술센터에서 예산지원을 받아 체험장도 열었다.

“내 자식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그래서 재료나 만드는 과정이나 깨끗하지. 다량으로 해놓지 않고 그때 그때 주문받아 바로 만드니까 정성이 배있어 좋다고들 해요.” 넉넉하고 선한 인상대로, 시중 값보다 더 많이 한 바구니 담아주는 푸짐한 인심 때문에 단골이 된 이들도 많다고 한다.



각종 깨강정, 약과, 다식, 매작과, 곶감, 찹쌀강정 등이 어우러진 선물세트는 물론 직접 부엌에서 찐 구름떡·인절미로 꾸민 명절용 떡세트도 있다.

옛 방식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몸에 좋고 맛도 좋아 젊은이들이 오히려 제자로 배우기를 자청한다. 올 3월 중순부터도 12주간 폐백·이바지 강좌를 연다. 현재 주문을 받고 있다.



강화 특산물 ‘순무김치’도, 전통한과도 그이 손을 거치면 맛이 더 좋다고 알려져 두 가지 식품을 만드느라 분주한 박정원씨(59).

강화에서 태어나 강화 사람에게 시집와 여태껏 살고 있는 강화토박이다. 남자 같은 서글서글한 성격이지만, 음식 만들기, 다른 이들이 맛있다고 먹는 걸 보는 게 좋다며 소박하게 웃는다.

정부의 인정도 받아 지원자금으로 한과 만드는 공간을 크고 시원하게 지었다. 옛 농촌지도소나 어르신들로부터 한과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소 터득한 노하우가 큰 자산이다. 강화군청은 물론 입소문을 들은 인천지역 여러 기관·단체에서 명절이면 주문이 잇는다고.

“사실 백화점 같은데서 파는 한과세트처럼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양은 못내요. 하지만 내가 농사지은 쌀, 우리 재료를 써 정갈하게 만들고 속이 꽉 차게 포장한다는 점은 자랑하고 싶네요.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좋다고들 합니다.”

찹쌀강정 처럼 재료를 미리 10여일이상 삭혀야 하는 등 사전 과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주문 후 만들기 시작하므로, 미리 만들어 저온창고에 두었다가 설 즈음 대량유통되는 일반적인 제품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큰 특징. 이맘때부터 주문을 하면 원하는 곳으로 택배를 한다.



전통의 멋이나 맛보다 세련되고 특별한 퓨전 한과·떡 선물세트를 원한다면 이 집을 찾을만 하다.

주인 임미선씨(44)는 인천에서 꽤 오래 고급떡 전문 매장을 운영하다, 지난해 5월 지금의 떡카페를 냈다. 4천원에 20여종의 다양한 떡을 전통차와 함께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식 공간으로 중·고교생부터 성인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떡을 어떻게 하면 대중화할 수 있을까 항상 연구를 해요. 떡케익, 떡피자, 떡샌드위치, 구름영양찰떡, 참사리찰떡 같은 것들이 다 제가 전통에 현대성을 가미해 새로 만든 것들이죠. 한과세트도 모양과 색, 맛이 남다르다고들 하세요.”

기존 화과자에 천연재료로 색을 낸 한천으로 옷을 입힌 참사리찰떡, 대추와 호박씨 등으로 수를 놓듯 문양을 넣은 약과·쌀강정 등은 차마 입에 넣기 아까울 만큼 아름답다. 일일이 소포장을 한 뒤 대바구니에 넣어 복을 담는다는 색보자기로 싸주는 정성에 명절선물로 인기다.

카페내 주방에서 연구생들과 매일 떡과 한과류를 만드는 임씨는 명절 당일에도 문을 열고 선물세트를 판매하므로 너무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가격은 1만8천원부터 있다.



여성의 직업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는 인천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도 설 선물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

센터내 떡·한과·폐백·이바지반의 전문강사와 그 제자들이 주문을 받은 즉시 만드는 한과는 모양이 아름답고 맛이 깨끗해 매년 인기다. 방부제나 인공색소를 쓰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설 1주일전에만 주문하면 된다.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
인삼정과, 쌀강정, 약과, 깨강정 등 선물세트 구성은 원하는대로 요청할 수 있다.
김순덕, 정순덕(☎011-9712-2412) 전문강사와 제자들이 만든다.

▲인천남구여성인력개발센터
호두강정, 쌀강정, 약과, 삼색 팥양갱, 깨강정 등 선물세트 구성이 다양하다.
유금선(☎010-9590-0495) 전문강사와 제자들이 만든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