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플랫슈즈, 발 건강에는 과연?

   

이성호

현대유비스병원장

하이힐 … 오래 신으면 발가락 모양 변형 ‘무지외반증’ 유발 가능성

플랫슈즈 … 무게 분산 못해 ‘아킬레스건염·족저근막염’ 일으킬수도

신발 선택땐 3㎝ 높이 굽 가장 적당… 근력강화운동·스트레칭 큰 도움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로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던 28세 직장인 박 모양. 얼마 전 TV 뉴스를 통해 높은 굽의 신발이 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최근에는 낮은 굽의 플랫슈즈를 신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발이 욱신거리더니 점차 발바닥이 끊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지자 박 씨는 병원을 찾았고, 전문의로부터 플랫슈즈로 인해 ‘족저근막염’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굽이 높은 신발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며 굽이 거의 없는 신발이 대세다. 그런데 정말 낮은 굽의 이 신발은 하이힐과 다르게 건강에 이로운 신발일까? 오히려 편안함을 가장한 플랫슈즈는 발 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찔한 ‘하이힐’, 무지외반증 유발할 수도

하이힐을 신는 여성들은 높은 굽이 옷의 맵시를 살려 줄 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세워주는 듯 해, 그 매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이힐을 오랜 기간 착용하면 발가락 모양에 변형이 오고 골반이 틀어지며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밝혀지며 ‘킬힐 마니아’들의 하이힐 사랑에 제동이 걸렸다.

하이힐로 인한 가장 흔한 발 질환은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증상으로 굽이 높고 발을 꽉 조이는 신발로 인해 발에 변형이 오는 질환이다. 킬힐처럼 앞코가 삼각형이고 뒷 굽이 뾰족한 하이힐을 신으면 발가락이 가운데로 모이면서 체중의 90%가 발가락으로 몰리게 된다. 이때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이 체중으로 인한 압력을 못 이겨 밖을 향하면서 발모양에 변형이 생기게 된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드문 질환이었으나 굽이 높은 구두가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여성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매우 흔한 질환이 되었다. 높은 굽 구두를 즐겨 신는 여성들의 경우 70%가 무지외반증의 증상이 나타나며 체중이 많거나 관절염이 있는 사람에게서 증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무지외반증은 튀어나온 뼈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발의 볼을 넓게 만들어 조금만 조이는 구두를 신어도 금방 통증이 나타나며, 휘어진 발가락으로 인해 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다. 심할 경우에는 발톱이 살을 파고들기도 하며 뼈의 변형으로 인해 무릎과 엉덩이 관절, 허리에도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경미하고, 변형이 심하지 않으면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을 신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기나 기능성 신발, 기능성 깔창 등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줄 수 있지만 변형이 교정되거나 근본적인 치료 효과는 없다. 외과적 수술로 변형된 뼈를 바로 잡아 정상적인 발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부위가 아플 때, 오래 걷기에 불편하거나 신발 신기에 불편한 경우, 엄지발가락이 체중을 못 받아 다른 발가락 밑에 통증을 유발하는 굳은살이 생길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시간은 30∼40분 정도로 짧으며 회복이 빨라 2∼3일만 입원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굽이 낮은 신발이라고 모두 안전할까?” ‘플랫슈즈’, 족저근막염 유발

최근 ‘척추 건강’을 염려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 신은 듯 안 신은 듯 편안한 굽이 거의 없는 신발이 대세다. 거리에 나가보면 ‘하이힐보다는 플랫슈즈가 발 부담이 적다’고 생각하여 바닥이 납작한 플랫슈즈를 신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편하다고만 생각했던 플랫슈즈도 ‘족저근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플랫슈즈는 바닥이 평편하고 굽이 낮다. 또한 신발에 따라 발바닥 부분에 쿠션이 거의 없어 바닥이 딱딱한 슈즈도 있다. 편평한 바닥과 얇은 밑창은 우선 편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장시간 착용했을 경우 문제가 된다.

플랫슈즈는 다리의 근육을 팽팽하게 당기고, 발뒤꿈치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인다. 그러나 무게를 분산시킬 쿠션이 없어 압력이 발바닥으로 그대로 전달되면서 아킬레스건염이나, 족저근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하여 발바닥 앞쪽으로 5개의 가지를 내어 발가락 기저 부위에 붙은 두껍고 강한 섬유띠인 족저근막이 반복적으로 미세하게 손상을 입게 되어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변성과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을 만큼 대중적이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내딛을 때 발바닥이 찌릿하고 화끈대며 통증이 발생한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조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질환 초기에는 진통제 복용, 스트레칭 등의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수술하지 않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는데 체외충격파(ESWT) 시술이 대표적이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충격파를 염증이 있는 족저근막에 가해 통증을 느끼는 자율신경세포를 자극해 새로운 혈관을 재생시켜 손상된 족저근막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당일 내원해 바로 시술이 가능하므로 바쁜 직장인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발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발 건강을 위해서는 발을 너무 조이거나 편평한 신발은 피하고 플랫슈즈라 해도 3cm정도의 굽 높이가 있는 신발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만약 플랫슈즈나 하이힐을 장시간 착용하여 요통 및 무릎관절 통증이 느껴진다면 적당한 쿠션이 있는 운동화로 바꿔 신는 등 굽 높이의 변화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틈틈이 운동 및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관절과 주변 조직을 튼튼하게 하는 근력강화운동과 유산소운동, 유연성 운동이 도움이 된다. 통증이 있을 때는 따뜻한 온찜질로 무릎과 발목의 피로를 풀어준 뒤 잠을 자기 전 발을 심장 보다 높게 올리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부기가 빠지고 관절에 휴식을 줄 수 있다.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병원장은 “어떤 신발이든 자신의 발에 맞고 편안한 것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신어야 한다면 최대한 착용하는 시간을 줄이고 계속적으로 발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며 “발등이나 발뒤꿈치 부위에 통증이 지속되거나 발목, 무릎까지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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