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국제공항 매각과 관련하여 다시금 민영화 논쟁이 일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공항 매각 논란은 수년을 끌어 왔지만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어려워지자 알짜배기 사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우회 전략을 추진 중인 것이다. 기존에 드러난 급유시설 민영화에 대한 논란은 사회적 파장이 일었으나,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천공항에 위치한 관광공사 소유의 면세점 매각 문제는 결이 약간 다르다.

면세사업은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 휩쓸고 간 대표적인 업종이다. 대다수 공항의 면세점들은 모두 민간으로 넘어갔고, 2005년 57%수준에 불과하던 대기업 면세점의 점유율은 현재 80%수준에 이르러 특정기업의 독과점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반면, 참여정부 말기 2007년 면세 사업 시장 점유율 2위였던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고작 4%수준까지 급락했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기점으로 면세사업의 재벌 몰아주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시장자유주의에 입각한 주장을 견지하는 측에서는 면세사업도 시장경쟁의 대상이니 정부가 과도한 점유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는 면세사업의 본질을 왜곡한 주장일 뿐이다. 면세사업은 국가재정의 근간인 징세권을 스스로 포기한 시장으로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시장이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된 관광공사 면세점 매각으로 인해 면세․특혜 사업의 수익은 고스란히 롯데, 신라 등 재벌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철저히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부여된 면세라는 특혜제도는 일부 경제적 강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복권사업, 면세사업, 카지노 사업 등 특혜가 돌아가는 사업들은 철저히 공익적 목적의 세금으로 수익을 반환하고 다시 그 수익금으로 국내 관련 사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관광공사의 면세점 또한, 연간 1억 4,987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대부분의 이익을 관광진흥부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간 관광공사는 면세 수익으로 전국 관광단지에 투자를 해 왔고 이를 통해 개별 단지들은 운영 이익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또 다시 공기업 선진화라는 칼을 들이대며 관광공사 면세점을 민간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무자비하게 휘두른 칼의 결과는 어떤가? 특혜성 사업의 공익성은 온데간데없고 민간, 재벌 배불리기 다름이 아니었다.

또한, 이렇게 재벌 면세점만 늘어나는 독과점 구조가 심해지니 국산품 위주의 판매 전략을 다져야 할 면세점들이 외국산 사치품 위주의 판매 전략만 심화되고 있다. 2011년 현재 면세시장에서 국산품과 외제품의 판매 비율은 각각 9%와 91%에 달한다. 이 수치가 무엇을 말하는가? 공익기금 조성과 국산품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관광공사 면세점이 빠진 자리를 채운 재벌 면세점들이 명품판매 경쟁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 동안 관광공사 면세점은 제품의 45%를 국산품으로 진열하고 판매해 왔다.

이렇게 공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관광공사 면세점을 매각하고 해외 사치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재벌들에게 과도한 특혜와 특권을 정부가 앞장서서 내 주는 이유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2013년 체제를 말한다. 경제민주화, 보편 복지 등 거대한 담론의 장이 형성 되었고 여야 대선후보들은 거대한 흐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기업 선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희생된 우리 국민의 이익 내주고 재벌 2세, 3세 배불리기만 하는 작금의 세태를 바르게 바라보는 자성과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관석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인천 남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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