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조선신보사가 발간한 ‘인천번창기(仁川繁昌記)’는 개항후 발행된 지방지중 최초의 본격적인 지방안내서다.
조선신보사 기자였던 오가와 유조가 저술을 맡아 개항(1883)후 20년간 인천의 정치·경제·사회적 변동을 소개, 특히 무역과 금융실태를 자세하게 기술해 놓았다. 이 책은 이후 인천에서 간행된 지방지의 주요 참고문헌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에는 이미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33년 편찬된 ‘인천부사’를 들여다보면 인천관련문헌 목록으로 등재돼 있으나 ‘실제로 자료를 구하지 못해 내용을 참고하지 못했다’고 밝혀두고 있다.

이책이 완역돼 인천학연구원 인천학자료 총서 2권으로 빛을 본다. 표제가 ‘인천 1903’이다. 김창수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과 전경숙 안산공과대학 강사가 번역을 맡았다.

“지난해 6월 일본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일본 고서경매시장에 ‘인천번창기’라는 리스트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몇 몇 문헌을 통해 책 이름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실제 접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당연히 구입에 나섰습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드디어 인천으로 ‘귀환’하게 된겁니다.” 김창수 위원이 그간의 경위를 전한다.

‘인천번창기’는 인천의 경제사정 소개를 목적으로 편찬됐다. 따라서 무역과 금융, 상업을 비롯한 각종 직업활동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이러한 특징은 전통적인 지방지들이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서술했던 것과 구별됩니다. 이유는 편찬 목적이 일본인들의 해외진출을 장력하기 위함에 있기 때문이죠.”

개항후 20년에 걸친 인천 변천사를 간략하게 기술한 제1장 ‘인천의 어제와 오늘’로 시작한다. 무역, 해운과 육운, 행정, 교육, 종교, 사회구성과 풍속, 개항당시 회고담으로 이어진다.

“인천으로 건너온 일본인들의 구술회고담 4편이 채록돼 있어요. 이들은 한결같이 황량한 어촌에 불과한 제물포가 수년만에 동양굴지의 무역항으로 발전했다는 ‘신화’를 강조합니다. 일본인이야말로 인천의 진정한 개척자 혹은 발전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이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서에서 인천은 지리적 개념이라기 보다 당시 인천에 거주하던 일본 상인들과 일본인을 가리키는 사회적 개념이라는 데 유념해 달라고 김 위원은 말한다. 한국인 생활에 대한 기술은 극히 일부에 그쳐 있으며 그나마 일본 특유의 선입견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 책은 일본인들의 한국시장 개척사지만 그들의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식민지 수탈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료를 번역하는 이유는 일본인이 기록한 지배의 역사를 면밀히 독해해서 우리민족이 경험한 패배와 저항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자료로 삼자는 겁니다.”

역주에 뒤이어 원문을 그대로 실었다. 이달 말 시내 서점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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