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들어봄직한 추억같은 이야기들을 벽 위로 불러들여 그림으로 꾸민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제목이 심상치 않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7살의 롤리타를 어디로 데려갔을까’.

스페이스빔이 새로운 미술문화 지형도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할 작가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이어오는 기획전의 2006 첫 시리즈다.
서양화가 김지은이 작품 이야기를 푼다. 27일 오후 5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으로 6월9일까지 스페이스빔 전시실을 채운다.

작가는 “인류학자들이 ‘통과의례’라 부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글이 아닌 벽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며 “이 오래된 이야기들이 현대사회에서 또다른 모습, 즉 광고나 포스터로 살아남아 우리를 환상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한다.

롤리타는 나보코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다. 12살의 어린 소녀임에도 그녀의 세계는 성과 욕망의 세계로 남자 어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의 의미를 본능적으로 알만큼 조숙하다. 장화신은 고양이와 만난 이상한나라 앨리스가 순수한 유년기를 상징한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갔던 앨리스가 격은 모험과 달리 어린 롤리타가 무언가를 따라 어디로 갔다면 그것은 어떤 모험이었을까를 전제, 구성했다고 작가는 밝힌다.

전시에서 롤리타는 개인적인 욕망에 눈뜨기 시작한 어린 소년이면서 소녀다. 편지쓰기를 좋하하며 대중문화에 노출된 소녀, 장남감과 식물가꾸기를 좋아하는 소년을 설치미술로 보여준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롤리타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닌다. 자신의 욕망을 쫓지만 결국 타인의 욕망에 희생당하고 요절한 소설의 복선이 언뜻언뜻 비치는 광고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벽면에 대형작품을 하나씩 거는 식으로 진행된다. 모두 다섯개 벽면을 채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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