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때 이조정랑천거문제로 시작된 동,서인으로부터 시작하여 남인,북인, 노론,소론, 청남,탁남, 시파,벽파 그리고 세도정치까지 조선중,후기정치는 당파를 제껴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당쟁에 관하여는 조선시대 문치주의에서 파생된 권력투쟁의 한 형태이며 일정한 원칙과 틀안에서 권력투쟁이 수행되어 왕실,재상,외척의 권력독점을 방지하고 정계에 청신한 기풍을 일으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과도한 당쟁으로 국제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에 실패함으로써 망국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있다.

지금 우리 정치에서 나타나는 여,야의 극한대립은 전근대적인 당쟁을 연상하게 한다. 진영논리에 파묻혀 합리적인 판단이 설 자리를 잃고 타협없는 극한의 대립과 충돌만이 정치판에 남아 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여,야가 건강하게 경쟁하고 견제하여 합리적이고도 생산적인 결론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진영논리를 넘어서 서로를 인정하는 토대에서 생산적인 경쟁을 위한 의견교환과 토론, 타협, 협상이 정치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

여,야라는 진영이 존재하는 이상 진영논리 역시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합리성을 넘어선 진영논리는 자기 진영자체만을 공고하게 하려는 목적에 종사할 뿐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고 오히려 상대진영에 문제를 떠넘김으로써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상대를 비난하고 흔드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하고 자기진영의 환호만 의식하며 자기진영을 채우기에만 눈을 돌린다. 결국 진영논리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생산적인 논의를 불가능하게 하며 책임을 지지 않아 전체사회를 약화시킨다.

주지하다시피 인천에서는 재정문제로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되어 지난 1일 첫 모임을 갖었다. 지역발전에는 여야가 없기도 하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여,야,정이 오랫만에 만나서 지역현안을 협의하는 장이었기에 많은 기대가 있었으나 정작 회의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중앙정부지원 규모에 관하여, 중앙정부가 납득할 정도의 지원요구만을 해야 한다는 견해와 일단 중앙정부입장보다는 지역입장에 서서 다른 지역과 동등한 수준의 지원요구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면서 책임론 공방까지 나오는 어색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결국 지역을 특정하여 표시하지 않고 다른 지역수준의 지원을 요구한다는 선으로 매듭지어 여,야,정이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하였다.

인천의 재정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인천의 여,야,정 협의체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또한 차제에 인천 현안을 놓고 논의하는 지역정치의 장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하여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여,야,정 협의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각 정당의 진영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각 당의 이해를 넘어 인천자체의 입장에 서서 논의를 시작하는 사고와 입장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재정문제의 책임론을 거론하기 보다는 재정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유하여 아시안게임과 기타 인천의 현안을 함께 해결하기 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 여,야,정 정치인들이 자주 모이고 소통하여 인천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줄여서 해결의 의지를 모아 실천하여야 한다. 이 지점에서는 송영길시장의 소통의 리더쉽을 기대하고 싶다. 민주통합당의 김두관 대통령후보는 자신이 남해군수와 경상남도 도지사로 재직할 때 대다수의 상대당 의원들과 소통하여 협의해 온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여,야가 동수이나 송영길시장이 소통의 리더쉽을 솔선하여 발휘한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정치를 활기차게 할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는 지역원로회의와 함께 하여 여,야,정 협의체가 지역원로들의 견해를 경청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은 정체성이 없다고 한다. 그 중에 한 이유는 인천의 정치인들이 인천의 현안에 대하여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견해를 합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민의 표를 받은 정치인들이 인천현안에 관심을 두지 않고 해결의지도 없는 데, 그 인천에 정체성이 있을리 있겠는가? 어떨 때는 지역사안에 과도하게 여, 야가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내는 다른 지역이 부러울 뿐이다. 여,야,정 협의체는 8월말에 다시 모일 예정이다. 더 자주 모이고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 인천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상생의 정치, 생산적인 정치를 기대해 본다.

최원식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인천 계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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