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면 늘 그렇듯이 혈압과 맥박을 재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환자가 감지하고 있는 증세에 대해 문진을 한다.

그리고 시진과 청진 등 진찰을 거쳐 혈액검사나 방사선검사 등 진단기구를 통해 검사결과의 객관성을 높이고, 간혹 생검을 거치기도 한다.

그런 다음 확진을 하고 약물치료와 주사를 위한 처방이나 수술 등 처치에 대한 소견을 내놓는다.

이 때 진단과 처치과정 중 의사 본인 혼자만의 역량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종합병원이나 타 전문의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전제하기도 한다.

다만, 환자가 그 소견에 따를 것인지의 최종결정은 전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몫으로 남는다. 오진율이 높다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의사의 확진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쯤해서 인천의 환경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빗대어 살펴보자.

1986년부터 2006년까지 20년 동안 인구가 곱절로 늘었고 자동차는 무려 20배쯤 증가했으며, 지역내 총생산도 약 3.3배 가량 증가했다.

그렇다면 산업이나 발전 부문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이나 자동차 매연, 하수량, 쓰레기 배출량 모두 엄청나게 늘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황산가스나 물 속의 유기물질 등 전통적인 환경질은 악화되지 않고 오히려 나아졌다는 징후를 보이고 있으니 대체로 일상적인 자기관리를 잘 해오고 있다는 무난한 진찰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같다.

하지만 기술진보에 따라 개발된 새로운 환경진단 도구를 통해 파악한 인천은 여전히 적지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의 쓰레기들이 인천으로 몰려와 묻히는가 하면 수도권의 많은 산업폐수가 우리 생활공간 가까이에서 처리되고 있다.

발전소와 항만, 공항도 우리에게 새로운 오염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영세한 산업체나 무허가 시설에서 무방비로 배출되는 오염물질들로 인해 공기 중에 먼지 뿐 아니라 중금속이나 유해한 화학물질이 많은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어지간한 재정투자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오염물질들이 미량이나마 하천과 유수지를 거쳐 앞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인천이 공업도시이었기 때문에 앓게된 매우 복합적인 환경병(環境病)의 일면인 것이다.

이 문제는 환경병에 대한 문진 결과처럼,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환경을 평가하는 여론조사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공해유발업체의 집단이전이나 자생적으로 입지하게된 다양한 오염배출업체들은 인천 지역경제의 중요한 근간이다.

이러한 사실은 산업오염에 의한 인천의 환경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데 제약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한동안 방치하다보니 제조업 중심의 지역경제는 그 경쟁력이 점차 저하되고 노후된 기반시설에 아파트와 공장이 혼재하는 도시계획적인 문제까지 얽혀 환경관련 민원마저 급증하는 등 악순환 속에 문제가 양산되어 왔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대규모 산업단지의 재배치와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인천을 환경적으로도 건강한 산업도시로 치유하기 위해 도시계획 산업 에너지 교통 환경 등 다양한 전문인력들에 의한 세심한 진단이 진행 중이며, 진단이 끝나면 인천을 진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한 처방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약물치료를 위한 처방전처럼 기존 공간에서의 구조고도화를 통해 환자 스스로 생업과 치료를 동시에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고, 불가피한 수술을 통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듯이 공장입지를 근본적으로 배제하거나 새로운 입지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의사들이 무조건적인 수술을 전제하고 진단하지 않는 것처럼, 인천의 산업부문 환경병과 관련하여 누구나 신뢰할만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진단를 통해 부득불 환경병을 치유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면 한사코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대개 어느 누구도 수술을 선뜻 원하지 않는다. 수술을 하자면 외과의사는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환자와 보호자는 부득이 생업과 일상을 일정기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진단결과와 구체적인 처방도 나오기 전에, 일자리 확대나 기업유치에 앞서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할 인천광역시가 산업경제 살리기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었다.

어찌보면 엄정한 진단과 수술이라는 처방을 애써 피하고 싶은 보호자와 같은 입장이 아닐까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신과 편견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파국을 맞기보다는, 진정으로 인천의 환경병을 근절하고 인천이 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한 도시로 탈바꿈되기를 원한다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합당한 처방전을 만드는 생산적인 논의에 모든 부문의 전문역량이 조화롭게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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