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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포럼-밭딸기
장미 빛 구름 사이로 토요알 오후가 열리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큰 딸과 함께 삶이 범람하는 시장엘 온 것이다.

곡물 점에서 흰콩을 사기 위해서다. 물에 불린 다음 살짝 익힌 후 갈아 넣어 두고 국수도 말아먹고 때론 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음료로도 대신 할 수 있어 형편에 맞기 때문이다. 딸과 함께 팔짱을 끼며 사람의 숲 사이로 파고든다.

생이 용트림하고 만 가지의 먹고, 입고, 쓰는 것들이 생긴 대로의 용모를 주어진 터에 내놓으며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또한 노상에 움추리고 있는 노점으로 버릇처럼 기우는 마음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이 있기까지 살아오면서 지워지지 않게 염색된 내 삶의 일부 가운데에는 때론 감추고 싶고 거부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을진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이 그것과 흡사한 모습이어서일까?

그리고 언젠가부터 숨가쁘게 튀겨내는 닭집으로 변모한 상점 역시 가끔 이 시장에 올 때마다 다시 한번 더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도록 힘들었던 한 때의 지난날을 묻어둔 곳이기에 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반사적으로 흘러나오는 한숨에 눈길을 돌리니 지물포 바로 앞 쪽으로 특유의 향을 날리며 양은 그릇에 반쯤 밭딸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팔순도 넘게 보이는 할머니가 많이 줄테니 사가라며 권한다. 콩 한가지만 구입하려던 우리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고 눈빛으로 딸과 합의가 된 채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할머니께 주문한다.

가운데 샛길을 두고 마주앉은 아주머니가 마디 마다 깊게 패인 손으로 알알이 다루시는 할머니께 함께 점심을 먹자며 소리높여 말을 건넨다.

할머니는 딸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다 팔아야만 먹는다는 답변을 보낸다. “할머니 애가 타서 그러시는 거죠?”

나도 모르게 아무도 묻지 않는 말을 꺼내게 되었고 나의 눈과 마주치며 어렴풋 내 심정을 읽기라고 한 듯 내 어깨에 한쪽 볼을 갔다 대던 내딸.

순간 옛날 내 생의 기로에서 애들과 살기 위해 그나마 자존심은 남아 있어 싫다며 애원하는 막내를 데리고 시외 외딴곳만 찾아가 등꺼풀이 익도록 아침에 둘러메고 떠났던 물건을 모두 팔아야만 오십원짜리 아이스케키를 막내 입에 물려 줄 수 있었던 그 때의 그 심경이 울컥울컥 가슴 한켠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멍울져 오른다.

나는 하늘을 향한다. 상점 그늘 막 사이로 열려진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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