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가행정개혁위원회에서 광역시·구의원 폐지론을 정부에 건의해 큰 반응을 일으켰고, 요 근래 지방의회에 하반기 원구성에 있어 여러 지역에서 지역 구민들에게 좋지 않은 행태를 가지고 언론에서 연일 질타를 하고 있다. 풀 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의원으로서 2년간을 몸담은 신분으로 행정개혁위원회, 언론, 구민들의 비난, 질타, 폐지의견에 대해 그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천에서도 서구에 이어 남동구 의회가 금번 하반기 원구성에 있어 심각한 충돌과 후유증을 보이고 있고, 그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을 한 당사자로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지방의회의 허와 실에 대해 제 3자의 시각으로 구민들께 말씀 드리며 조금이나마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의회의 폐단은 제도가 아닌 사람이다. 민주주의 발전은 중앙집권에서 갈수록 분권화, 지방자치화를 추구하고, 이는 정치, 행정, 경제적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도시의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주민의 욕구와 매년 증가하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며 기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자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지방기초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임을 의원들이나 국민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남동구를 예를 들면 50만의 구민, 20개의 행정 동, 25개 부서 900여명의 공무원, 4천400억의 1년 예산, 타 지역의 시보다 여러 면에서 규모가 큰 자치단체를 14명의 구 의원들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14명의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방대한 예산과 행정업무를 구민들의 욕구와 부합하도록, 판단하고, 견제하고, 의결하고, 감시할 수 있는 훈련된 전문인이 아니라는데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력, 경력, 전문성을 비롯한 합리적 사고력을 겸비해야 효과적인 구정을,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건만 현실적으로 크게 미치지 못함이 구 의원 무용론의 첫째 요인이다.

둘째,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 구 의원 평가제 모순이다. 구 의원 정당공천제는 각 정당에서 검증된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그 사람의 역할에 따른 정당지지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선거에서의 승리의 밑바탕이 됨을 목표로 한다. 하나 지금의 정당제도 하에서는 양질의 구의원 후보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없는 아쉬움이 많다. 중선거구제는 해당 구 의원의 주거영역을 벗어난 지역과 구민을 관할 선거구역으로 활동해야 함으로써 지역현안이나 구민과의 밀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구의원은 소선거구제가 더 효율적이라 사료되며, 구의원 평가제는 무엇보다도 시급히 모색되어야 할 것 같다. 지역구민들에게 주기적으로 구 의원의 구정활동에 대한 평가제도야말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라 생각되며, 이는 더욱 더 지역 구민들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을 살피며, 정책을 입안하는 진정한 일꾼으로 거듭나는 채찍이 될 거라 확신한다. 셋째, 금번 남동구의회 하반기 원구성의 실체다. 금번 6~7월 한 달간에 걸친 남동구 의회 하반기 원구성과 본회의의 파행과 난동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각성하는 의미로 들춰보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역사를 배우며 조선시대의 실정 중 하나로 꼽는 것은 당파싸움이라 배웠다. 또한 요즘도 국회의 파행으로 그 몫은 국민에게 파급되고, 구 의회의 파행은 지역 구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허나 구 의회의 논쟁이나 파행이 구민을 위한 일환이라면 다행이련만, 전반기에는 당파에 의한, 하반기에는 패거리 집단에 의한 의원 개개인의 벼슬 싸움에 기인했다고 하면 우리 구민들은 내 세금 축내지 말고, 당장 다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 벼슬 앞에서는 구민도 동료의원도, 약속도, 염치도, 협상도, 자격도 무시한 채 네편 내편으로 갈리어 서로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 그 자체였다. 그 과정에서 부당함을 항변하는 동료의원들을 변칙과 힘의 논리로 일관하는 이번 하반기 의장단 구성을 보며, 못된 것들이 못된 것만 배워 흉내 내는 짐승만도 못한 정치인들이라 생각된다. 아직까지는 우리 대한민국은 기초단체에서조차, 열심히 구정활동을 하고 헌신하는 의원을 정적으로 여겨 배제하고 제거시키려고 하는 무리들이 있는 한 지방의회 정착은 요원하고 무용론에 휘말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시급히 우리 모두가 참다운 정치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박상준  인천시 남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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