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이자 시사평론가로 유명한 진중권씨가 인천에 왔다.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콜로키움 ‘컬쳐브릿지’ 세번째 주자로 초청됐다.

25일 오후 4시부터 인천문화재단 ‘나눔누리’에서 존재미학을 주제로 강연을 풀었다.

진씨는 ‘미학 오디세이’ ‘현대미학강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폭력과 상스러움’등 일련의 저술로 주목받고 있는 지식인이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사평론의 영역을 개척한 그를 콜로키움에 앞서 만났다.

지난 4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그만 두면서 진씨는 정치칼럼도 중단했다. 중앙대와 카이스트에서 미학강의를 하는 한편, 문화와 미디어에 천착하면서 저술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힌다.

디지털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지식인이라는 평답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네트즌과 소통하기도 하는 그는 틈틈이 초경량 항공기 조종을 배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동일한 사건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모든 신문을 크로스체킹 합니다.” 논객의 자세에 대해 한마디 던진다.

한미 FTA를 바라보는 시각을 물었다.
“한미 FTA는 비단 한국과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FTA로 이득을 보는 부문과 손실을 보는 부문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보니 ‘결사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요.”

인천과 인연은 80년대 지하운동 유인물을 돌리기 위해 현지 답사왔던 것을 떠올렷다. “90년대 초 여자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주러 왔다가 동인천역 근처 골목에서 키스를 했던 추억이 있지요.(웃음) 인천이 문화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문화적 마인드를 지닌 단체장이 필요합니다.”

진씨는 독일의 지역신문 사례를 들어 일간 인천신문에 덕담을 건넸다.
“독일의 경우 중앙지와 지방지의 구별이 무의미합니다. 인구 70여만명 정도인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행되는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전국적 명성을 누리고 있어요. 가장 큰 부수가 40만부를 넘지 않죠. 우리처럼 조·중·동 세 신문이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없습니다.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디지털시대의 존재미학’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콜로키움에서 그는 미디어 이론가 빌렘 플루서의 ‘디지털가상론’을 중심으로 “과거에는 문자를 읽고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했으나, 앞으로는 그 능력에 상상력을 합친 ‘기술적 상상력’이 사회의 주요한 생산력이 될 것”이라며 ‘상상력의 혁명’을 역설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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