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대변기관인 지방의회는 구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상호 유기적인 소통이 이뤄질 때 성숙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구의원들은 소통과 화합을 위해 애써왔다고 믿는다.

최근 기초의회 무용론이나 지방자치 근간을 훼손하는 기초의회 폐지론을 보면 이런 그간의 노력들이, 기초의회가 해온 많은 일들이 몇몇의 시행착오와 과오로 묻혀지는 것일까 싶은 회한도 든다.

6대 연수구의회 전반기 의장으로서 원활한 회의진행과 의정활동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어느 기초의회보다도 초당적인 자세에서 별다른 잡음없이 지역을 위하는 마음으로 의원들이 뭉쳤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연수구는 인천 안에서도 매우 이상적인 도시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이 있고, 안정된 도시기반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구민 전체가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어느 곳보다도 교육열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배움의 터로서 연수구의 역할이 있었다. 교육도시라는 자부심도 여기서 출발한다.

구 집행부는 보도블럭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구의원들은 주민 하나하나 목소리를 들어가며 의정활동에 반영하는 이상적인 형태가 실행되고 있다.

자칫 구의원들에게는 권한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었던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 하나로 화합과 노력 속에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다.

구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대안제시라는 의회 본연의 자세에 있어서도 여러 동료의원들의 노력으로 성실히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의 가장 근원적이고도 올바른 모습이 있는 구의회의 무용론, 폐지론은 그래서도 더욱 찬성할 수 없다.

기초단체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적잖은 크기의 조직이다.

이런 조직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또는 그런 감시와 견제를 위한 세심한 눈초리가 없다면, 구민의 뜻을 전달해줄 창구가 없다면, 일방통행식 행정과 정책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집행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모든 행정기관에는 그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올바른 길로 바로 잡아줄 단체가 필요하다.

의정활동 수행 과정에서 벌어진 한두건의 잡음들이 조직 전체의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것은 오류이며 역사적 평가 또한 엄해질 수 있다. 지방자치는 이제 22년의 역사를 가졌다. 그 안에서 행해진 수많은 일들과, 그 일이 쌓여 만든 수많은 성과들을 제대로 평가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6대 의회 전반기 의장직을 마무리하며 이런 얘기를 해야하는 것은 서글프다.

구의회가 하고 있는 일, 해왔던 일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필요할 때다.

물론 최종평가는 주민들이, 유권자들이 해주실 것이다. 주민들의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만 자칫 일부 여론이, 일부 정치권이, 일부 이론가가 주장하는 지방자치의, 기초의회의 무용론은 그 저의와 본뜻을 제대로 밝힐 필요가 있으며 그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구청도, 구의회도 그 많은 예산들도 모두 주민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초의회의 역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정지열  인천시 연수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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