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의 선거열기가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그 결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 지역주의’라는 미묘한 역학관계가 작용하는 옹진군의 선거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백령도 주민들이 이번 5·31지방선거를 맞는 각오는 남 달랐다. 옹진군 25개 유인도서 중 가장 큰 백령도에서 ‘군수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 번 기회에 군수를 한 번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은 상태였다.

3선인 군수인 조건호 현 군수가 피선출권이 없어 더 이상 군수출마할 수 없는 터라 백령도 주민들에게는 호기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는 백령도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내가 군수를 하겠다’며 맞선 것이었다. 그것도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친구사이인 한나라당 조윤길(56)후보와 무소속 김필우(57)후보였다.

맞대결을 벌이는 두 후보는 경력을 내세우며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인천시 자치행정국장 출신인 조 후보는 행정 전문가’로, 시의회 산업위원장을 역임했던 김 후보는 ‘개혁적인 인물’로 맞불을 지폈다.

서로 지기 싫어하는 두 후보의 성격은 선거 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조 후보는 김 후보가 시의원 활동 가운데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섬 주민들의 배삯 인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 후보가 옹진군 주민들의 배삯을 내린 것은 인정하지만 마치 전국 섬 지역의 배삯을 내린 것처럼 주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잘 못이라는 얘기다.

전체 섬 지역의 배삯 인하는 국회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 김 후보가 굳이 애쓰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있는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조 후보에 대한 김 후보의 반격도 각을 세웠다.

행정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임기를 3년이나 남겨 둔 상태에서 ‘왜 그만 뒀냐’며 따진다. 그것도 ‘군수로 나오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한 ‘친구’(김 후보)의 앞 길을 막으면서까지 ‘군수 후보로 나올 수 있느냐’며 조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행정 전문가면 계속 행정부에 계속 남아 있어 시민에게 봉사하는 길이 옳은 것 아니냐는 게 김 후보의 반론이다.

배삯인하문제에 대해 김 후보는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최초로 시비 65%지원을 통해 섬 주민들의 배삯을 5천원으로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도서주민 여객선 운임 지원 조례’를 발의, 제정했다며 조후보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친구 사이인 조 후보와 김 후보가 신경질 섞인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옹진군에서 둘째로 많은 유권자를 가진 영흥도 출신 열린우리당 김철호(56)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조 후보와 김 후보가 치열한 선거전을 펴면서 유권자수가 3천597명(전체 유권자의 27.1%)으로 가장 많은 백령도의 표는 갈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백령도와 같은 제2선거구인 연평도(유권자 1천166명)과 대청도(1천203명)의 표도 나눠질 공산도 없지 않다. 물론 두 후보는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철호 후보는 여전히 ‘당선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영흥도 유권자수가 3천333표로 백령도와 불과 260표 차밖에 없다는 것을 김철호 후보는 주목하고 있다.

영흥도 표가 영흥도 출신 후보에 쏠리기만 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김철호 후보는 과거 영흥면 소속이었던 자월면 유권자(872표)들이 우호적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게다가 김철호 후보는 과거 예비군 중대장과 의료보험조합 지사장으로 있으면서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이미 알렸다는 것을 이번 선거의 큰 재산으로 삼고 있다.

옹진군은 비교적 선거바람을 타지 않는 곳이다. ‘내가 아는 인물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결정되는 인물 중심의 선거지역이다.

투표율도 인천 어느지역보다 높은 곳이다. 6세이상 70세 미만의 인구가 11.4%인 옹진군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78%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삼인삼색(三人三色)의 후보가 나온 옹진군수의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흥미를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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