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페루에서 한국인 8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삼성물산, 수자원공사, 서영기술단, 한국종합기술 소속인 그들은 페루 정부가 발주 예정인 1조 8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 답사 중이었다.

지난 5월 한화는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베스미야 일대에 국민주택 10만 가구를 건설하는 9조원짜리 공사를 따냈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화 임원진 곁에는 총으로 무장한 경호 요원이 늘 함께했다. 차로 이동할 때마다 장갑차가 맨 앞에서 움직이며 경계 근무를 섰다.

우리 건설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경제 순국을 하고 곳곳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건설시장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11년도 국내총생산(GDP)은 1조 1638억$이고, 그중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5%로 농림·어업의 두배 정도로 매우 크다. 그러나 2006년의 17.2%에 비해 5년만에 21%(3.7% 포인트)나 감소했다.

건설 연관산업을 포함하여 건설산업 종사자는 현재 236만명(4인 가족 기준 944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직계가족이 건설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이러한 건설산업이 장기불황으로 급격한 일자리 감소와 가계소득 축소로 이어져 국민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정부가 들어선 이래 건설업은 거의 ‘공공의 적’ 수준이 되었다. 이대통령이 건설업계에서 성장하고 청계천의 성공으로 대권에 도전했으면서도, 현 정부는 토건공화국으로 몰리면서 마치 건설산업이 나라를 망치는 것으로 치부되더니 이제 건설산업은 퇴출 대상이 되어 공멸의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다른 요인도 물론 많지만 건축경기가 죽는 바람에 부동산 경기도 죽고, 서민경제도 덩달아 추락하고 더군다나 지방정부의 세수에는 더 큰 비상이 걸렸다. 정책 잘못이 모든 국민을 어려움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건설에 대한 이미지가 마치 복지의 반대말처럼 회자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물론 환경과 자연의 보존도 중요하다.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줄 이 금수강산을 보존이 잘 된 상태로 물려줘야 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요 사명이다.

또한 건설에 투자할 예산을 복지로 돌리라는 여론도 많고, 복지 예산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예산을 막연히 복지예산으로 투입하는 것보다 건설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곧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국가를 만든다고 본다. 건설이 곧 복지인 것이다. 건설업 투자로 간접시설을 늘리면 2차 경기부양이 자연스레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설을 사회간접자본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SOC(Social Overhead Capital)라고 한다. 또한 인프라스트럭처(Infra Structure)라고도 하고 줄여서 그냥 인프라라고 한다. 직역하면 하부(기반)구조가 된다.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의미다. 기반시설이 없으면 다른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 투자를 게을리 하면 얼마 안 있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계획과 시공에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바로 회복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가 20~30년 전에 반도체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IT 강국이 되었겠는가? 고속도로와 항만, 공항이 없었다면 물류마비로 수출 강국이 되었겠는가? 국내 시장에서 핸드폰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겠는가? 국내 건설시장을 방치하고 건설을 백안시 한다면 해외시장이 개척되겠는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건설시장이 반토막 나면서 국가동력 없이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을 바로 옆에서 보고도 답습할 것인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중동의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금년도 해외건설 목표 1000억 달러를 달성해서 한국경제를 살리려는 이들에게 감사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건설을 주장하면 환경파괴자요, 미개인이요, 복지 반대자로 매도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건설이 ‘공공의 적’이 되는 세상은 결국 복지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전찬기  인천대학교 교수(대학건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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