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송(宋)나라가 진(晉)나라와 가까워지면서 초(楚)나라와 소원해졌는데 하필 당시 초나라의 왕이 춘추오패(春秋五覇) 중 하나였던 장왕(莊王)이었다. 송나라가 못마땅해진 장왕은 정(鄭)나라를 시켜 전쟁을 일으키게 했다. 전쟁에 앞서 군의 사기를 높이는 일은 장수의 의무. 결전을 하루 앞둔 송나라의 대장 화원(華元)이 특별 양고기를 지급하자 병사들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정작 화원의 마차를 모는 양짐(羊斟)은 양고기를 받지 못했다. 주변에서 이유를 묻자 화원은 “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마부 따위를 먹일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날 전쟁이 시작됐고, 화원은 으레 양짐이 모는 마차에 올랐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화원은 전황을 꼼꼼히 살폈고, 곧 적의 우편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화원은 양짐에게 마차를 오른편으로 돌릴 것을 명했다. 그러나 양짐은 정나라의 병력이 빽빽하게 밀집된 왼편으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화원이 호통을 쳤지만 양짐의 반응은 차가웠다. “어제의 양고기는 장군의 뜻이지만 오늘의 이 일은 내 생각이오.” 화원은 결국 정나라의 포로가 됐고, 대장을 잃은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송나라의 대패였다. 화원은 양짐을 무시했고, 양짐은 화원에게 앙심을 품었다. 저마다 ‘자기 정치(政治)’를 고집했고, ‘우리’는 없었다.

각자위정(各自爲政).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정치를 한다는 뜻으로 좌씨전(左氏傳) 평전(評傳)에 나오는 고사다. 비단 전쟁뿐 아니라 국가나 사회, 기업, 가정, 작은 동호회도 마찬가지다. 개개의 협력과 전체의 조화가 없이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동북아 경제수도’로 나아가야 할 인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시 재정난은 심화되고, 실업률 역시 전국 1위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천의 미래’인 학생들마저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16개 시·도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5학년도 수능 이래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꼴찌’였다.

저소득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인천의 특성이 학력저하의 원인이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서민의 어려운 경제 사정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차분히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토목에 의존한 전시행정을 펼쳤던 전임시장의 정치적 과욕이 결국 인천경제와 시민의 미래까지 구석구석 골병들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계속 손 놓고 전임시장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인천의 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가 합력(合力)해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인천의 부채문제 해결에 대한 인천시민의 굳은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공감 하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차제에 정치인들이 먼저 각자위정을 자제하고 인천을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여당과 야당이 다른 만큼 의회에서의 정치적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하지만 인천의 미래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송영길 시장과 12명의 국회의원들이 시민의 뜻을 받들어 부채문제 해결과 10년 후 인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통합진보당에 앞서 우리는 ‘인천당’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박남춘  국회의원(민주통합당·남동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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