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사장들이 내뱉는 단골 대사는 좋은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고급인력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도전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는 푸념이다. 지금은 격변의 시대이고 지난 10년간 기업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혜성처럼 등장하고, 국내에서도 카카오톡과 같은 회사가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젊은이들이 도전정신과 벤처 정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젊은이들이 안정 편향적인 직업 선택이 아니라 도전정신에 기반을 둔 선진국형 창업에 얼마나 용기 있게 뛰어드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비단,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패기가 심장을 멎게 할 정도이다. 기회를 찾아 도시로 모여든 중국의 젊은이들이 중국을 활력이 넘치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 충칭을 방문했을 때 젊은 지방관리가 세세한 숫자 하나하나까지 외울 정도로 정부의 정책을 꿰차고 있었고, 북경을 방문했을 때는 30, 40대의 패기에 찬 중국의 젊은 CEO들을 보면서 중국의 경쟁력이 이 정도인가 싶어 겁이 날 정도였다. 그들을 보면 1970, 80년대 수출 한국을 이끌던 패기에 찬 우리의 젊은이들이 연상된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안정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늘 기회를 찾는 것 같다. 적어도 직업 선택에서 직업의 안정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보다 낮은 것 같다.

최근 일본의 경제주간지 ‘동양경제(東洋經濟)’ 조사에 의하면 일본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 1위로 공무원이 꼽혔다. 2008년 조사에서는 공무원은 순위(50위)권 밖이었다. 일본도 과거에는 종합상사나 글로벌 제조회사 등이 인기 있는 직업군의 상위를 독점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이 젊은이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만큼 일본 젊은이들의 도전의식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오명도 젊은이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의 위축 때문에 오는 현상일 것이다.

통계청의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4명은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세~24세 청소년의 28.3%는 ‘국가기관’을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았으며, 특히 중학생(31.8%)들의 국가기관 선호도가 고등학생(30.2%)이나 대학생(26.5%)보다 높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청년층의 취업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안정적인 보수와 고용의 안정성, 즉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어린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취업 포털 사이트인 캐리어캐스트가 2012년 최고의 직업으로 ‘SW 엔지니어’를 꼽은 것에 비하면 매우 우려될 만한 의식변화이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은 30년 전에 우리가 했던 방식으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하면 된다.’라는 정신으로 맨땅에서 배를 만들었던 1970~80년대 한국 산업역군들의 정신을 본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떤가? 일본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선진 경제로 가는 과정으로 보기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보인다.

기업은 하루아침에 그냥 생기지 않는다. 좋은 기업인이 있어야 기업이 생기고 또 성장한다. 그리고 그 기업인으로 커 가야할 이들이 바로 우리 젊은이들이다. 어떻게 보면 글로벌 기업인을 키우고 그들이 잘 성장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함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과제다. 그럼에도 10년 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될 초등학생들의 희망과 당장 사회 진출을 앞둔 고교생들의 꿈에서 국내의 혹은 해외의 유수 기업인이 되겠다는 포부나 새로운 기업을 일궈 성공하겠다는 열망을 읽어내기 어렵게 됐음이 무척 걱정스럽다. 좋은 기업인을 키워내는, 그리고 그것을 꿈과 희망으로 도전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와 교육 인프라 조성은 우리 세대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희재  ㈜우성아이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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