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문제가 좀 잠잠한가 싶더니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시의회 환경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 회의에서 수도권매립지 토지매각대금 1,000억여 원의 환경개선기금 출연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의 처리를 보류했다. 환경개선기금은 날림먼지 농도가 일반도로의 2배 이상인 수도권매립지 주변의 환경개선을 위해 쓰레기수송도로 보수와 차폐 수림대 조성 등에 이용될 계획이었다. 지난 해 12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수도권매립지 관련문제 해결에 협조를 약속했었기에 서울시의회의 보류결정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서울시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서울시의회가 수도권매립지 매립기간 연장에 찬성하는 것에는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매립기간 연장과 별개의 사안인 조례안 처리를 보류시킨 것은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토지보상금은 20여 년간 수도권매립지로 고통받아온 우리 주민들을 위해 당연히 쓰여져야 함에도 그것마저 매립기간 연장과 연계하여 거래하려 하고 있다. 참으로 비열하다.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의 44%가 서울시에서 나오는 것인데도 매립지부지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리도 당당할 수 있을까?

서울시의회는 그렇다 치고 인천시도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다. 지난 4월 23일 수도권 광역 음폐수 바이오가스화 시설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매립 실시계획 변경을 승인한 것이다. 음폐수 바이오가스화 시설은 수도권 음식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하루 500t 규모의 음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다. 인천시는 2016년이면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기한이 종료되기에 악취가 심한 음폐수 바이오가스화 시설 설치는 불가하다던 기존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인천시의 기존 입장을 철석같이 믿고 인천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서구청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불법건축물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인천시는 말을 바꾼 것이다. 2013년부터 음폐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어 인천도 이를 처리할 시설이 필요하며 감사원이 공사이행을 요구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승인을 해주었다는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그동안 인천시는 2016년 매립종료는 당연하며 매립종료에 대비해 인천 쓰레기를 매립할 대체부지 후보지를 선정해 놓았지만 해당 지역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후보지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입장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보면 대체부지를 찾고 있다는 인천시의 주장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어쨌든, 이번 공유수면매립 실시계획 변경 승인으로 인해 음폐수 바이오가스화 시설이 설치되면 설사 2016년에 정상적으로 수도권쓰레기의 매립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우리 서구에 음폐수 처리시설은 계속 존재하게 될 것이다. 가정집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악취도 참기 힘든데 하루 500t 규모의 음폐수에서 나는 악취는 얼마나 극심할지 걱정이 앞선다.

인천시는 제대로 정신 차리고 2016년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를 위해 일관된 정책을 강구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행정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다면 정치적으로 막고, 정치적으로도 안 되면 지역 주민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수도권매립지 연장과 관련된 각종 꼼수를 막아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를 설득하여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서울과 인천은 이웃지간이고 앞으로 정책 협조도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동반자적 관계인데 서울시민만 깨끗한 환경에서 살자고 인천에 쓰레기를 계속 버리겠다고 고집한다면 향후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서울시의회를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우리 구민들도 비난의 화살은 지역 이기주의에 빠진 서울시의회와 방관만 하는 환경부로 돌리고, 토지매각대금 재투자와 매립기간 종료를 위해 인천시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싸워야 할 상대를 앞에 두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서구의회도 주민을 대변하는 기초의회로서 수도권매립지 매립기간 연장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낼 것이다. 서구의회의 힘만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하겠지만, 주민들과 힘을 합친다면 안 될 일이 없다고 믿는다.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동심동덕(同心同德)이 필요한 때다.

김영옥  인천시 서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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