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의 확산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위한 도시성장관리 수단으로 인식되어왔다. 파리시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하여 2007년 7월 자전거 무인 대여 서비스인 ‘벨리브’(velib)를 선보인 바 있고, 작년 12월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전기자동차 무인 대여 서비스인 ‘오토리브’(autolib)를 시행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오토리브는 불어로 ‘자동차’를 뜻하는 auto와 ‘자유로운’을 뜻하는 libre의 합성어이다. 이 서비스는 수요자가 출발지 대여소에서 전기자동차를 빌려 사용하고 목적지 인근 대여소나 주차장에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오토리브는 파리에서 유류자동차의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도시환경을 보호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우선적인 대상계층은 자가용을 소유하려고 하는 시민들이나 자동차를 렌트하고자 하는 장기체류 관광객들이다.

파리시는 정류장 겸 주차장 250개소를 설치했고 대여용 차량 300대를 마련했다. 대여용 차량은 은색의 4인승 소형 승용차로, 최고 시속 130㎞를 낼 수 있고 최대 주행거리는 250㎞이다.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고 보증금을 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운행 요금은 운행 시간과 거리가 동시에 적용되며 상황에 따라 택시보다 유리한 경우도 있고 불리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택시와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행 후 다섯 달 정도 지난 5월초에는 가입자가 15,000명 정도에 이르렀다. 버스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불편을 줄일 수 있고, 대기오염도 일으키지 않아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고, 또 고유가시대에 주유비나 주차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토리브 운영회사인 볼로레 그룹은 금년 말까지 파리와 주변 지역에 1,100 개소의 정류장을 만들고 대여 차량도 3,000대로 늘리는 한편, 요금체계를 더욱 다양화하여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들도 회원으로 유인하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파리의 오토리브는 그 동안의 전기자동차 확대보급 수법과는 다른 특징을 볼 수 있다. 우선 자기 소유의 확대가 아니라 공공임대제를 통한 확산이라는 점이다. 유류자동차에 비하여 성능이 열세인 전기자동차를 수요자들이 많은 돈을 들여 구입한다는 것은 곧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류자동차의 틈새 시장을 전기자동차가 파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노상이나 주차장에서 수시로 전기자동차를 대여, 주차, 충전할 수 있어서 수요자의 접근성 향상과 주차편의를 도모하였다. 시간대의 제한 없이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대여와 반납 절차 그리고 관련정보의 제공 등을 모든 전산화, 기계화함으로써 대여소별로 상주 관리인력을 두지 않아도 됨으로써 관리비용을 낮추고 있다. 아울러 오토리브의 시행 및 운영에 파리시를 비롯한 인근 48개 기초자치단체들과 민간부문이 참여함으로써 효율적인 상호협조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자동차의 공간적인 이동범위를 확대하고 자금조달의 한계를 타개하여 공공정책으로서의 실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물론 오토리브의 시행 초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자전거와 달리 자동차는 이미 복잡한 도심의 도로에서 교통체증을 더욱 유발할 것이고, 유류자동차의 주차난을 심화할 것이고, 택시와 중복되어 택시운전사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것이다. 시 당국은 이러한 예상문제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차가 필요할 때에 대여소에 없거나 고장난 차량이 있다는 등 운영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100만대 보급이라는 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본격적인 확산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녹색산업 대표 주자로 각광받던 중소 전기자동차 업체가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앞으로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정책시행 의지와 파리의 오토리브와 같은 적절한 방법론이 모색된다면 전기자동차 확대보급을 통한 도시환경 개선은 그다지 어려운 과제가 아닐 것이다.

계기석  안양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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