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현대유비스 관절골절센터 진료부장

팔꿈치 반복·과도 사용으로 근육·힘줄 이상 생기는 ‘골퍼엘보’ 주의

동절기 근력 약해진 상태 … 허리·늑골부상 방지 위해 준비운동 필수

주말 골퍼들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동안 골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던 주말골퍼들은 필드로 나가 싱글을 꿈꾸며 골프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대에 찬 라운드,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겨우내 안 썼던 근육을 무리하게 쓰다 보면 자칫 부상을 당해 좋아하는 골프를 즐기기까지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에 골퍼들이 가장 다치기 쉬운 팔꿈치와 허리 부상, 늑골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본다.

 

▲팔꿈치가 아프고 시큰 거린다면 골퍼엘보

골프채를 휘두를 때 팔목을 지나치게 꺾거나 팔꿈치에 과도하게 힘을 넣는 동작을 반복하다보면 팔꿈치가 아프고 시큰거릴 때가 있다. 흔히 골퍼엘보라고 하는 내측상과염이다.

골퍼엘보는 땅이 얼어붙은 추운 날씨에 다운스윙을 잘못해 뒤땅을 치면 발생할 수 있지만 꼭 골프를 쳐야만 나타나는 통증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무거운 물건을 많이 나르거나 걸레를 자주 비틀어 짜는 등 힘이 들어가는 일을 반복적으로 할 때 자주 발병한다. 팔꿈치라고 하지만 실제로 통증을 일으키는 정확한 부위는 팔의 안쪽이다. 팔꿈치 안쪽과 바깥쪽에 툭 튀어나온 뼈를 상과라고 하는데 안쪽 상과에 염증을 일으킨 것이 바로 골퍼엘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임팩트 순간 체중이 60% 이상 왼발에 있어야 하는데 그 반대인 오른발에 체중이 많이 남거나 다운스윙 시 오른쪽 어깨가 너무 처질 경우 뒤땅을 치면서 골퍼엘보가 올 수 있다.

골퍼엘보는 테니스엘보와 증상이 비슷한데 통증이 있는 부위로 구분한다. 테니스엘보(외측상과염)는 바깥쪽 상과에 염증을 일으킨 경우를 말한다. 전문의들은 악수를 하듯 환자와 손을 잡은 후 바깥쪽으로 돌렸을 때 팔꿈치 바깥쪽에 통증이 있으면 테니스엘보, 환자의 손을 안쪽으로 돌렸을 때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있으면 골퍼엘보로 진단한다. 골퍼엘보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주로 오른팔에 통증이 오며 반대로 테니스엘보는 왼팔에 흔히 통증이 온다.

골퍼엘보의 주요 원인은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해 생긴 근육과 힘줄의 이상이다. 근육과 힘줄에 강한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근육이 뭉치거나 힘줄이 손상될 수 있고 손상된 부위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골퍼엘보의 치료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팔꿈치를 쓰지 않는 것이다.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통증의 원인이기 때문에 팔꿈치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줘야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간단한 테이핑요법만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물리치료로 효과가 없다면 메조테라피(소염제를 근육이나 혈관에 주입하지 않고 피부 아래 진피층에 주사하는 요법)로 소염제를 투여해 염증치료를 할 수 있다. 아울러 IMS 테라피(피부 밑 근육에 주사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요법)로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도 함께 실시한다. 이 같은 치료를 통해 팔꿈치 통증의 대부분은 치료가 된다. 재발 가능성이 높아 통증이 시작된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보존적 치료 및 물리치료가 효과가 없는 만성 환자라면 체외충격파치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무리한 스윙, 허리 및 늑골 부상 불러

겨우내 골프에서 손을 뗐던 골퍼라면 다시 시작할 때 조심해서 해야 한다. 근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스윙을 하게 되면 자칫 부상을 불러올 수 있다. 무리한 스윙으로 입을 수 있는 대표적인 부상부위는 바로 허리와 늑골이다.

골프 스윙의 기본은 하체를 중심으로 척추를 꼬았다가 푸는 힘을 이용해 공을 날리는 것이다. 척추는 앞뒤, 좌우로 움직일 때보다 회전할 때 더 큰 압박을 받는다. 서 있을 때 척추에 가는 부담이 100이라면 스윙 시 부담은 무려 220에 이른다. 척추의 회전으로 인해 허리 근육의 사용은 늘어나고 척추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허리 부상이 잦은 이유다.

특히 주말 골퍼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기 전엔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스윙을 하기 힘들다. 스윙 시 허리근육 뿐 아니라 몸 근육 전체에 심한 긴장과 수축을 가져오기 일쑤다. 그만큼 허리 통증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임팩트(Impact) 순간이나 폴로스로우(Follow-through) 단계에서 요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허리를 많이 비틀어야 장타가 난다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허리를 많이 돌리기 때문이다.

허리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격조건에 맞는 스윙 폼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스윙이 지나치게 크고 경직되면 척추에 지나친 부담을 주게 되고 허리 근육의 사용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척추에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스윙의 폭을 줄이면서 허리의 회전을 억제하는 타법을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여러 운동을 통해 허리 근육 및 다리와 배 근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 라운딩을 할 때 카트를 타는 골프장이 많은데 카트를 타기 보단 되도록 많이 걸을 수 있는 골프장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골프를 치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다. 준비운동은 몸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몸통과 척추에 가해지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여 척추 디스크로 가는 부담을 감소시켜준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모든 근육이 긴장되고 수축돼 있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스윙이 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부상은 바로 늑골(갈비뼈) 골절이다. 일반적인 늑골 골절은 교통사고 등 외부의 강력한 충격에 의해 갑자기 발생한다. 하지만 골프로 인한 늑골 골절은 좀 다르다. 무리한 연습이 지속되면서 늑골에 계속적인 피로를 줘 균열이 점차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심한 운동을 시작하거나, 몸통의 한 쪽에 치우쳐 무리한 힘이 가해졌을 때, 또는 몸통의 뒤틀림이 과도했거나, 운동 전후에 골다공증을 비롯한 기존의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오른손잡이는 주로 왼쪽 늑골에, 왼손잡이는 오른쪽 늑골에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늑골 골절은 통증이 생각보다 적은 사람도 있고 통증은 심한데 골절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수술이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해도 치료가 되는 편이지만 문제는 통증이 심한데도 무리하게 연습을 강행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금이 갈 뿐 아니라 볼록하게 ‘가골’(골절한 부위에서 새로 생성되는 육아조직으로 생리적 복구를 위한 골수)이 형성돼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늑골 골절이 왔다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4개 이상 골절이 생겼다면 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으며 수술 후에도 꾸준한 치료와 함께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

평소 늑골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습 전 깊은 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옆구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면 스윙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하며 반드시 운동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으로 몸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무리한 연습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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