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사)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장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아련한 설렘과 꿈과 짜릿한 추억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어릴적 친구들과 어울려 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엄마 아빠가 돼서는 자녀들과 함께 이 곳에서 청룡열차나 회전목마, 바이킹 등의 놀이기구를 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각지 이러한 시설을 갖춘 사업장이 20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이 서로 간 권익증진과 정보교류 등을 위해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는 단체가 (사)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다. 인천시 중구 월미도에 있는 ‘월미테마파크’ 김홍섭(62)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한강호텔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제9대 회장에 당선, 협회를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4월6일 공식 취임해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입로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뤘던 지난주 월미도에 있는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라는 단체가 일반에는 다소 생소한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설립된 지는 20년 정도 됐어요. 국내에는 현재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업체가 협회 정회원사 99개를 포함해 240곳가량 있습니다. 에버랜드, 서울랜드, 롯데월드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업장부터 전국 각지에 중소규모 사업장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이들 사업장들이 모여 서로의 권익증진과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류하고, 안전을 강구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단체가 바로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지, 또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요.

▲회장과 부회장, 이사, 감사 등 임원진과 각각 12명씩의 기술위원 및 자율지도원을 두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위탁받아 대행하는 안전도검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1천200여 개의 놀이기구가 검사대상이죠. 이를 위해 기술위원에 대학교수와 박사, 기술사 등의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상근 직원은 10명 가량 됩니다.

 

회장을 맡게 되신 이유나 계기가 있다면.

▲굴지기업 소속 임원들이 오랫 동안 협회를 이끌면서 이들 위주로 운영돼 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소 사업장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지요. 회장은 회원사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데 선거를 앞두고 일부 중소 회원사들로부터 권유를 받았고, 고민 끝에 출마를 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죠.(이번 9대 회장선거에는 당초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가 1명이 중도에 사퇴, 2명이 최종적으로 겨룬 끝에 김 회장이 67%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서울에 있는 대형 사업장 외의 대표가 협회 회장에 오르는 것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각오도 남다르실텐데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중소 사업장을 대표해 제가 회장을 맡았더라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운영은 지양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분란이 생겨나는 것 아니겠어요? 회원사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협회를 이끌어나갈 계획입니다.

 

임기가 4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회운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혀주시지요.

▲그 동안 검사대행업무 위주로 운영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놀이기구가 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검사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방침을 계속 유지하면서 회원사 확충 등을 통해 협회 활성화와 권익증진, 단합도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 홈페이지와 소식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업체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등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화려한 외형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악조건은 결국 마케팅으로 극복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서비스와 안전도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쏟아붓겠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도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 이러한 저의 계획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사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현재 김 회장은 일주일에 두, 세 번 서울 관악구에 있는 협회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다듬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출마설이 무성했었는데요.

▲사실입니다. 한 때 국회의원에 뜻을 두고 구체적으로 움직였었습니다만 중도에 접었습니다. 글쎄, 이유를 딱히 무어라고 해야 하나… 저는 구도심의 일번지인 중구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상태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 중구를 위해 지역에 남아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기 위해서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지역정계로 방향을 선회하셨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중구에서 시의원 2년, 구청장 6년을 지냈습니다. 나름대로는 중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중구의 발전동력은 관광이 돼야 합니다. 제가 전에 구청장직을 수행할 때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구정을 운영했는데 당초 생각했던 계획의 일부분만을 펼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가장 잘 아는 지역에서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통해 마지막으로 사심없이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중구 발전의 키워드로 관광을 꼽으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구 하인천 일대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입니다. 100여 년전 인천은 서양문물의 유입통로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국제도시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흔적들이 거의 대부분 사라졌습니다만 그 상징성 만큼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또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여부가 중구발전의 열쇠가 되리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관광은 높은 건물을 올리고 거리를 깨끗하게 단장한다고 해서 활성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지역의 특징을 십분 살려 그 지역만의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구청장 재임시절 가장 큰 치적으로 차이나타운을 내세우고 계신데요.

▲구청장을 그만 둔 뒤의 일인데, 어느 날 외지에 갔다가 오려는데 숭의동부근에서부터 차량들이 중구쪽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어오면서 보니 차이나타운으로 가기 위한 행렬이었어요. 뿌듯함을 느꼈죠. 구청장 시절 차이나타운 복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구 재정이 빈약하다보니 국비가 필요했는데 그 작업도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아직도 부족한 면은 많지만, 그나마 많은 인파를 끌어모으는 모습으로 오늘날의 차이나타운을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관광을 주제로 한 지역발전계획을 밝혀주시지요.

▲우리나라는 혹서기와 혹한기가 있습니다. 그 만큼 관광산업측면에서는 열악한 조건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아이디어창출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러한 점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주변지역에 서로 다른 테마로 해서 2~3개 거점을 조성,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객들이 연중 찾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고 적절한 시점이 되면 저의 생각을 구민들께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지방행정체제개편문제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황당한 느낌이며 침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시행된 지 이제 20년이 갓 지났는데 그 동안 많은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것을 보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순서 아닙니까? 우리국민의 민도를 감안할 때 관선시대로의 회귀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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