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어이없이 패배했다. 작년 4·27 그리고 10·26 재보궐 선거로 나타난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그 대안을 제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MB정권은 국민들에게 ‘성장’이라는 엔진을 꺼트리지 않으면 ‘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식의 환상을 보여주려 했으나,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MB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것은 일정 부분 필요했다. 그렇지만 이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재탕, 삼탕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MB정권의 실정이라는 ‘과거’와 ‘현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진보개혁 세력이 무엇을 할 것인지 ‘미래’의 모습을 제시했어야 하는 것이다.

주지하듯 작년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연대가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국민들에게 보여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이 힘을 합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들이 표를 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결국 진보개혁 세력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고민해야할 지점은 ‘지속가능한 진보의 모습’은 무엇이냐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위원장도 MB와 거리를 두고, 복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진보가 더 쿨하고 세련되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진보와 중도를 포괄하는 중도진보 정당으로서 민주통합당은 ‘서민과 중산층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재벌개혁 등 경제 민주화 실현, 무상교육·반값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 확대 등을 차질 없이 실천해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검찰개혁,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시장개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통신개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제 대선까지는 불과 8개월 정도가 남아있다. 진보개혁 세력이 정권교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앞의 미완의 과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중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되어버린 복지에 대한 논쟁은 결국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그 귀결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이 곧 분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뚜렷이 확인시켜준 MB정권 덕택에 이제는 분배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정치권이 노력해야하고, 그 중심에는 재벌개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늘날 재벌과 대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지난 1970 ~80년대 산업화 시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덕임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MB정권에서 등장한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MB정부 스스로가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역설적으로 자임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대기업들이 누려온 과도한 혜택이 앞으로 중소기업과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대기업 스스로 이러한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독려하는 인센티브 제도 등과 같은 장치 역시 정치권이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정권교체를 이룩하기 위해서 성장의 동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분배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나가고, 또한 복지정책을 실천하기 위한 경제적 토대는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 진보개혁 세력이 그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진보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진보개혁 세력의 미래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신학용  국회의원·계양갑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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