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 위대한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려 인종(仁宗) 때인 1135년 일어난 묘청의 난을 ‘조선 역사 1천년래 제1대 사건’이라 했다.

우리가 흔히 묘청이라는 승려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세력이 중앙으로부터 소외당한데 대한 불만에서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는 이 사건을 단재 선생은 중화에 대한 ‘자주(묘청)’와 ‘사대(김부식)’의 대결로 파악, 이같이 규정지었던 것이다.(결국 묘청은 정부 토벌군에 의해 철저히 궤멸됐다)

올해 정해(丁亥)년은 인천항으로서는 1883년 개항 이후 124년래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 여부에 따라 향후 수 십년간 인천항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눈 앞에 닥쳐있는 것이 노무공급체개편문제(이하 상용화)다.

지난해부터 정부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용화는 지난 100여년간 지속돼온 항운노조 중심의 노무공급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일대 혁신적인 작업이다.

인천항도 이러한 방침에 따라 노(항운노조)·사(항만물류협회)·정이 각각 개편위원회와 개편협의회를 구성,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벌여오고 있다.

‘임시고용’에서 ‘상시고용’으로 노무공급체제가 바뀌면서 결과에 따라 자칫 사측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하고, 노조 입장에서는 그 동안 유지해온 고용조건의 변화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은 빡빡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이 상당히 이뤄졌으나 양측의 이해구조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의제들에 대한 입장차이는 여전히 큰 실정이다.

부산항의 경우-핵심 사안들은 추후 논의과제로 돌려놓았지만-지난해말 이미 큰 틀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면서 도장을 찍은 상태여서 인천항도 늦어도 2~3월까지는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천신항건설도 절체절명의 과제다.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신항은 오는 2020년까지 모두 30선석이 건설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배후부지만도 114만평이 개발된다.

1단계로 2015년까지 17선석, 나머지 13선석은 2020년까지 들어선다.

상당수 컨테이너전용부두가 포함된 인천신항이야말로 인천항의 미래를 담보하는 사업인 만큼 당초 지역에서 계획하고 바랐던대로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세계 해운화물의 추세가 컨테이너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항의 컨테이너화물도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이를 처리할 시설은 내항 4부두와 인천남항컨테이너터미널(ICT), 남항선광컨테이너터미널(SICT)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컨테이너전용부두의 확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인천항만공사가 7천억원(정부지원분 2천억원 포함)을 들여 현재 조성공사가 한창인 제3준설토투기장 앞 해상에 제3국제여객터미널을 건설하겠다는 사업계획에 대해 지난해 경제성분석 결과 비용편익비(ratio cost benefit ratio)가 0.7에 그쳐 예산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항만공사는 이와 관련,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 항로가 이미 10개인데다 올 3월 추가 개설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나 여객터미널이 이원화돼 이용객은 물론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불편이 따르는 만큼 새로운 터미널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올초 정부지원규모를 줄여 재차 경제성분석을 의뢰하겠다며 사업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올해 인천항이 안고 있는 과제는 한, 두개가 아니다.

그 것도 하나하나가 인천항의 미래를 좌우할 굵직굵직한 사안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북항의 부두시설이 차례로 문을 열면서 그 동안 내항에서 처리해온 공해성화물의 대거 전이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내항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600년만에 찾아온, 복을 듬뿍 가져다준다는 황금돼지해인 2007년 정해년이 인천항의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없이 훌륭한 시설을 갖춰놓고 화물이 없어 썰렁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복은 누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 거머쥐어야 하는 것이다.

인천항 모든 이해집단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거시적인 시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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