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죠. 모두가 제 부모님인걸요.”

2007년 새해를 어느 누구보다 뜻 깊게 시작하는 이가 있다.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보훈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 허경희씨(56·인천 서구 경서동).

‘보훈도우미’는 인천보훈지청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사업으로 도움이 절실한 국가유공자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청소, 음식만들기, 목욕 등 갖가지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10년 넘게 보훈단체에서 활동해 온 허씨 역시 국가유공자 가족이다.

“아버지가 6·25때 참전 하셨다가 전사하셨습니다. 제가 50년에 태어났으니 그 분 얼굴도 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죠. 홀어머니 밑에서 형제하나 없이 자라다 보니 아버지가 항상 그리웠습니다.”

그는 지난해 5월 단체 활동을 그만 두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보훈도우미’가 되고 싶어 올해부터 참여하게 됐다.

“늦게나마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생겨 다행인 것 같습니다. 현재 13명의 도우미들이 인천 각 지역을 돌며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분들일까 많이 궁금했는데, 대부분 말벗을 그리워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이더군요.”

허씨는 연수구 옥련동, 동구 송현동, 만석동, 창영동, 서구 연희동, 석남동 등 인천의 절반을 돌고 있다.

힘없는 노인들이고 보니 방문과 동시에 설거지며, 냉장고 청소, 빨래 등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나 반찬이 있어도 만들 수 있는 기력조차 없어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두 분의 할머니께서 게장이 먹고 싶다고 하시 길래, 직접 담가 갖다 드렸죠. 하지만 모든 어르신들이 오손도손 앉아 이야기하는 걸 가장 원하십니다. 아무래도 외롭게 사셔서 그런 것 같아요.”

보훈단체 활동에 이어 ‘보훈도우미’까지, 허씨는 아버지를 잊지 말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노인분들에게 세상사는 이야기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드리려면 많이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국가유공자 분들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하루 하루 자신의 아버지요, 어머니를 만난다는 그의 각오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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